[은미희의동행] 신뢰사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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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먼저 든 생각이 그거였다.
이어 여러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피해당사자인 젊은 남자는 은행직원의 확인 전화를 받고서야 이체 사실을 알게 되었노라고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당시 상황을 전했었다.
그렇게 피해방지를 위한 조처를 해놓고 한숨 돌리는데 무언가 불편한 생각이 삐죽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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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꺼지더니 아무것도 작동되지 않았다. 분명, 움찔, 움찔, 내부에서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이 시스템상에서는 구동이 되고 있는데 화면은 뜨지 않고 키가 작동되지 않으니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보이지 않고 작동되지 않으니 전화기를 끄거나 걸 수도 없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모든 업무가 막 끝나는 시각에. 불과 하루 전에 나는 보도 영상 하나를 접했었다. 누군가 원격제어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무력화한 뒤 통장에 들어있는 예금을 이체해갔다는 내용이었다. 피해당사자인 젊은 남자는 은행직원의 확인 전화를 받고서야 이체 사실을 알게 되었노라고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당시 상황을 전했었다. 어디 그뿐일까.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그와 비슷한 내용의 해킹범죄는 있었고, 반복되는 지능형 범죄에 나는 불안하기만 했다. 몇 년 전, 나 역시 랜섬웨어 피해를 보았고, 컴퓨터 안에 저장돼 있던 모든 파일을 고스란히 날린 적이 있었다. 그들은 복구를 조건으로 거액의 비용을 요구했었다. 보낼까 말까, 고민하면서 주변에 알아보니 송금해도 제대로 복구되지 않는다는 조언을 듣고 나는 파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 전력이 있으니 나의 의심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서둘러 유선전화로 은행과 카드사와 통신사로 전화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곧바로 전화한 탓인지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그렇게 피해방지를 위한 조처를 해놓고 한숨 돌리는데 무언가 불편한 생각이 삐죽이 올라왔다. 왜,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고약하게 변했을까. 경제 부흥 이전, 저 빈곤의 시절에도 식사하셨냐는 인사로 타인의 끼니를 걱정해주며 콩 한 쪽이라도 나누어 먹으려던 우리였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따듯한 인정과 인심이 사라졌다. 사람살이에 필요한 기초덕목은 물론 예절과 윤리교육 없이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물신만 좇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회적 관계와 시스템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불신사회일수록 개인의 삶은 위축되고 안전은 위협받으며 번영 또한 기대해볼 수 없다. 자신과는 무관해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은 어떤 식으로든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인데, 그것이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갖는 연약함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신뢰, 연대가 끈끈하게 살아있는 사회, 그런 세상이 그립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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