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잼버리 파행이 우리 사회에 주는 회초리
철저 분석·반성으로 ‘제2 새만금 잼버리’ 없어야
잼버리(jamboree)는 1920년에 영국에서 창립되어 103년이 된 세계 청소년의 대표 활동이다. 잼버리라는 말은 북미 인디언의 ‘유쾌한 잔치’ 또는 ‘즐거운 놀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청소년 야영대회인 잼버리는 미래를 이끌어갈 세계의 청소년이 국가, 민족, 종교 등을 초월해 자연 속에서 공동체 야영을 하며 사회와 인류를 위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배움의 장이다.
문제가 발생한 후 대처하는 과정도 안타깝다. 공동위원장 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가의 세 장관, 국회의원,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5인 체제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하고 누가 책임을 지고 있는지 모호하였다. 결국 총리가 나서 기자회견을 하고 주무 부처인 여가부 장관을 현장에서 숙영하며 지휘하라는 질책성 명령이 그나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무엇보다 운영시스템과 소통의 부재이다. 현장의 문제와 지적이 신속히 전달되고 조직위와 집행위는 함께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시스템이 필요하였다. 또한 조직위와 한국스카우트연맹을 중심으로 각국의 스카우트대표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이 긴밀히 협조하고 논의하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직 간 분화되고 서로 불만만 표출하는 사이에 25회 잼버리 대회는 부끄러운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의 건강과 안전이다. 귀국할 때까지 불볕더위와 태풍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이다. 그리고 적어도 대한민국은 물이 찬 야영지와 대원의 벌레 물린 종아리 사진을 보며 정말 미안해해야 한다. 이번 일은 우리 어른들의 너무 부끄러운 잘못이다. 다만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돕자고 현장에 간 자원봉사자들과 민간 기업들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이번 잼버리 사태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우리는 더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올림픽과 월드컵 등 메가 이벤트를 멋지게 개최하였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선보이는 드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절실함도 있었고, 잘해보자는 투지도 있었다. 그런 성공적인 대규모 국제이벤트는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을 지금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더 좋은 여건에서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못 하고 있는가?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대회 후에는 철저히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 사태에도 남 탓만 하고 자신의 책임을 솔직히 고백하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최 파행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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