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지키는 구체적 방법 알려주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부모의 이런 갈등을 아이는 어떻게 느낄까. 아이는 부모가 걱정하는 두 가지 측면을 다 보면서 부모의 마음을 오해한다. 너무 과보호만 한다고 걱정하는 부모에게는 ‘어떻게 나를 보호할 생각이 없을 수 있어?’라며 서운해한다. 안전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부모에게는 ‘아, 나를 꼼짝 못 하게 하는구나’라며 답답해한다. 모두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생각인데도 아이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오해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 두 사람이 도저히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문제를 만났을 때는, 가장 먼저 각자 다른 측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서로의 시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우선순위를 따지면서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 충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대방의 시각을 이해하고 그 방향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아마 상대방의 말도 그렇게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실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수록 아이에게는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많다. 이런 경우도 두 사람이 바라보는 두 가지 측면을 아이에게 모두 가르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금 늦은 시간인데 할머니가 아이한테 집 앞 슈퍼마켓에서 두부를 사 오라고 한다고 치자. 한 사람은 아이의 안전이 걱정되고, 한 사람은 아이가 웃어른을 잘 도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런 경우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와 함께 나가면 된다. “지금은 깜깜하고 늦었으니 혼자 나가는 건 위험해. 같이 나가서 심부름은 네가 하렴” 하고 아이한테 말한다.
부모가 서로 시각이 다르더라도, ‘안전’에 있어서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하여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이런 곳은 위험하니까 되도록 다니지 말고, 저 길로 다녀. 밖에서 화장실이 급할 때는 상가 화장실보다 문방구, 동네 마트 등 엄마도 잘 알고 있는 곳에 가서 부탁하렴”, 또 “누가 너를 잡아가려고 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서 주변에 도움을 구해야 해” 등을 가르쳐야 한다. “혼자 다니면 큰일 난다!”라고 무조건 겁을 주지 말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단, 유아의 경우는 부모가 반드시 데리고 오고 데려다주어야 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닐 경우 보호자가 통학 버스까지 아이를 직접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부모가 함께 다니는 것이 좋고, 고학년 정도가 되면 혼자 다니게 하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밖이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도 혼자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고학년은 몸집이 크기 때문에 누군가 납치하려고 하면 길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리는 것이 유리하다. 이 시기 아이들은 팔보다 다리 힘이 세기 때문에 다리로 상대편의 가슴이나 성기 같은 급소 부위를 뻥뻥 차야 한다. 그러면서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지르면서 누군가 나타날 때까지 차에 타지 않도록 버텨야 한다.
더불어 요즘 아이들은 체력이 아주 부실하다. 기초체력은 위기 상황에 정말 필요하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부모가 시간을 내서 아이와 함께 운동하는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갖는 것도 필요하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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