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종교계·기업 나섰지만...숙소 이동 '대혼란'
[앵커]
태풍 카눈의 북상에 따라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한 3만여 명의 잼버리 대원들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8개 시도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일 아침까지도 대원들의 행선지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 현장에선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박정현 기자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앞에 관광버스가 멈춰 섭니다.
스카우트 단복에 밀짚모자까지 쓰고, 몸집만 한 가방을 들고 내리는 무리.
전북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서 올라온 스위스 스카우트 대원들입니다.
태풍 카눈의 한반도 관통 예보에 이어 조기 철수가 결정되자, 대원들은 하루아침에 야영지를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수도권 등에 묵을 곳을 찾아 방학 동안 비어 있는 대학 기숙사까지 옮겨온 겁니다.
서울의 대형 교회도 자체 수련회 일정을 조정해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고 스페인과 프랑스 대원 수백 명을 받았습니다.
[최예령 / 여의도 순복음교회 오산리 기도원 직원 : 소 불고기하고 해물 동그랑땡, 청년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해서 최대한 잘해주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9시 전에 연락받아서 프랑스 360명 출발한다고 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대학과 기업, 종교계까지 너도나도 내민 손길에 대원 3만 7천여 명이 머물 곳은 하루 만에 간신히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잼버리 참가자들을 수용할 숙소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철수부터 발표하면서 현장에선 혼란이 불가피했습니다.
[서울 A 대학교 관계자 / 8일 오전 8시 반쯤 : 몇 명이 오겠다, 이게 아니고 서울시하고 이런 데서 요청이 들어와서 우리가 알겠다, 해주겠다고 한 상태인데 아직 (서울시에서) 몇 명이 온다, 이게 없어요.]
제대로 된 인솔자 한 명도 없이 달랑 참가자들만 버스에 태워 보내며 엉뚱한 곳에 내렸다가 다시 짐을 싸고 이동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습니다.
앞서 주최 측은 애초 태풍이 예보될 경우 인근 지역 구호소 3백여 곳에 참가자들을 대피시킨다는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을 뿐, 수도권 비상 대피 계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구호소는 영지로 돌아온다는 전제하에 마련된 일시 수용소라며, 이번 태풍은 전국적인 재난으로 판단돼 수도권 이동을 결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며 개막부터 탈 많았던 잼버리.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접어드는 가운데, 남은 나흘 동안 대체 프로그램을 통해 부실 잼버리 비판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촬영기자 : 김광현, 유준석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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