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고성 지르다 뛰쳐나간 친명계 변호인

대북송금 재판 또 파행
"이화영, 檢에 회유당한 것"
재판부 기피신청서 등 제출
李 "증거의견서 못읽어" 당혹

8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기존에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해광 대신 참석한 담당 변호사가 "'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낸다는 걸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은 회유와 협박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법무법인 덕수 소속 김형태 변호사는 2020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이 대표 측과 가깝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와 합의한 뒤 낸 의견이 아니다"며 반발하는 검찰과 언쟁을 벌이다 중도 퇴정했고 재판은 1시간 만에 파행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재판을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에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을 부정하는 취지의 증거 의견서, 재판장 변경을 요청하는 내용의 재판부 기피신청서, 변호인 사임서를 잇달아 제출하는 강수를 뒀다. 그는 재판부 기피신청서와 변호인 사임서를 제출하는 이유에 대해 "재판부가 검찰 공소장에 없는 내용으로 1년 넘게 증인 신문을 하고 있다"며 이에 항의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가 제출한 3가지 서류는 법정에서 확인한 결과 모두 이 전 부지사와 상의되지 않은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의 증거의견서를 읽어봤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못 읽어봤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재판부 기피신청서 제출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거의견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재판부 기피신청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변호사의 사임서는 본인의 뜻에 따라 수리했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의사를 확인하려는 재판부·검찰과 의견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는 "(증거의견서가) 피고인의 입장인지 확인해 달라"는 검사 측 요구에 "당신이 변호사냐"고 따졌고, 검사는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느냐"고 맞받으며 언쟁을 벌였다. 이어 검찰이 "피고인과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오로지 검찰 조서를 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오신 게 아닌가"란 의문을 제기하자 김 변호사는 "무슨 미션을 받느냐"며 반발했고, 재판부가 언성을 높이면서 발언을 제지하자 "왜 소리를 지르냐. 예의를 지켜라"라며 중도 퇴정했다.

김 변호사는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 소속이었다. 그는 변호 활동을 하면서 이 대표가 지사직을 역임하던 경기도의 산하 기관으로부터 3000만원가량의 고문·수임료 등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이날 재판이 종료된 뒤 낸 입장문에서 "이 전 부지사의 의사에 반하는 배우자와 변호인의 관여로 공판이 공전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며 "변호사 징계 개시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