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정해인, 꼭 다시 만나야 하는 파트너" [인터뷰]
두 시즌 함께 한 정해인 향한 애정 발산
"작품 고르는 기준? 내 마음이 동하는 것"
배우 구교환이 걸어온 길은 특별하다. 독립 영화계 아이돌에서 어엿한 스크린 주연까지 한 계단씩 걸어왔다. 탈영병 쫓는 체포조였다가도 어느 순간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 된다. 그러다가도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끈다. 어느 작품, 장르에서도 특색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 구교환은 분명 충무로에서 지금 가장 핫한 배우다.
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구교환은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2'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시리즈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이야기다. 2021년 공개된 시즌1은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지난달 28일 시즌2가 공개됐다. 구교환은 2008년 영화 '아이들'로 데뷔, 영화 '꿈의제인'과 '모가디슈'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D.P.' 시리즈에서는 행동은 예측되어도 마음은 예측되지 않는 변칙적인 캐릭터인 한호열을 맡아 자신만의 개성과 위트로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완성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구교환은 쉼 없이 웃음을 자아내는 소년에 가까웠다. 그러면서도 연기론에 대해선 진지한 답변으로 대중이 사랑하는 그의 연기를 설명하고 또 표현했다. 먼저 'D.P.2' 공개 후 감상 소감을 묻자 구교환은 "분량이 줄었지만 전혀 아쉽지 않다. 분량은 제 작품의 기준이 아니다. 저는 인물의 매력만 보고 달려간다. 제가 할 수 있는 한호열의 모습은 다 취했다"고 답했다. 공개 직후 한호열의 분량이 아쉽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평가를 보고 구교환은 "충격적이었다"면서 "제가 통편집이 됐다면 아쉬웠겠지만 시나리오의 이야기가 그대로 전달이 됐다. 한호열의 롤을 다 보여줬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시즌2 시나리오를 보며 한호열을 더욱 깊숙이 들여다봤다. 한호열을 '보통 청년'으로 인식하면서도 인물 내면에 깊숙히 존재하는 상처를 봤고 이야기를 하나씩 거치면서 좋은 딱지를 갖게 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극중 추적을 나가는 한호열은 유독 화려한 색감의 의상을 택한다. 평범한 옷을 입는 안준호(정해인)와 극과 극의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최대한 튀지 않게 탈영병을 쫓는 설정을 가볍게 무시하는 대목이다. 구교환은 한호열을 '공작새처럼 옷으로 방어한다'고 분석했다. "저만의 농담 같은 생각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캐릭터를 더 잘 알게 되는 거죠. 사실 저는 호열의 가정사, 서사들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극중 호열의 가정사가 결국 나오지 않아요. 여백이 많죠. 저는 캐릭터를 두고 농담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시즌2 초반 한호열이 실어증에 걸린 채 침묵 속에 갇힌 모습은 시즌1의 경쾌한 모습과 대비돼 긴장감을 선사했다. 한준희 감독은 구교환에게 자세한 디렉팅을 지시하지 않았다. 구교환 역시 시나리오 지문으로 인물의 심리 상태에 대한 힌트만 얻을 뿐 '단어가 입안에서 맴돌고만 있다는 상태'에 머물렀다.
그런가 하면 정해인은 구교환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공식석상에서 표현했던 바 있다. 이를 두고 구교환은 "내가 더"라고 함축하면서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정해인과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보내면서 서로 의지하는 것이 생겼다. 잊지 않아야 하고, 또 다시 만나야 하는 파트너"라고 전하며 굳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구교환이 바라본 정해인은 어떤 사람일까. 이를 묻자 구교환은 "삼행시로 하겠다. 정말 배우로서 / 해보고 싶은 거 / 인간적으로 다 나눈 파트너"라고 재치 있게 답변해 취재진의 웃음을 또다시 자아냈다.
앞서 밝혔듯 구교환에게 이번 작품은 분량과 상관없이 큰 의미를 남겼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분량 축소 불만이 구교환에겐 다른 감정을 남겼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게 신기하다.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분량이 이슈되는 것이 놀랐다는 의미다. 이상한 책임감이 느낀다. 분량을 보고 연기해야 하나. (하지만) 항상 제게 재밌는 작업을 하겠다"고 진담 같은 농담을 전했다.
현장에서의 한준희 감독과 배우들 간의 화목한 분위기는 익히 알려졌다. 주연 배우들부터 조연 배우들까지 모두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치며 서로의 곁을 내줬다. 현장 속 가장 유쾌한 배우를 꼽아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구교환은 손석구를 꼽았다. 이유에 대해 "석구 씨는 은근히 톡톡 치는 드립이 재밌다. 재밌다. 저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스타일이다. 개그 완주에 의미를 두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정해인도 웃기고 재밌다. 저도 해인에게 배우는 게 있다. 유머처럼 밖으로 티가 나는 것이 아닌, 해인은 제가 경험하지 못한 지점, 그 친구의 단단함이 있다. 서로 영향을 많이 줬다"고 언급했다.
시즌 마지막 회에서 호열은 준호에게 "또 봐"라고 말하지만 두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이는 한준희 감독의 의도적인 '열린 결말'이다. 팬들은 이들의 조우를 두고 설왕설래를 펼치며 즐거운 추측을 이어가기도 했다. 배우의 생각은 어떨까. "저는 못 만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평행 세계가 있으니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해놓으면 재미 없잖아요. 그때 호열이 기분 좋게 후련하게 준호와 뜨겁게 인사나눈 것이 좋았어요. 그 뒤에는 관객들이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야 자신이 출연한 영화 '반도'와 '모가디슈'를 보기 시작했다는 의외의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이유도 명쾌했다. "제 연기를 보는 걸 잘 못해요." 독립영화의 아이돌에서 상업영화 신스틸러로, 주연 배우로 거듭난 구교환의 답변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한 지점이기도 하다. 구교환은 출연작들을 두고 일기장 같다면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게 된다. 바로 보면 감상이 정확하지 않다. 제 일기장처럼 나중에 보는 게 훨씬 재밌다. 'D.P.' 시즌1도 보는 게 힘들었다"고 솔직한 감상을 밝혔다. 비유 역시 독특했다.
"노래를 하는 것은 쉽지만 녹음하는 걸 듣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 구교환은 "그 역할도 중요하지만 '나'도 중요하다. 세상에 재밌는 것들이 연기도 있지만 다른 많은 것이 있다. 관심을 여러 가지로 많이 두려고 한다. 유튜브 운영은 가장 제 취향이 많이 담겼다. 배우는 연출자의 취향을 연기하는 것이다. 유튜브 계정에 올리는 제 작업물들은 가장 제 취향과 가깝다. 누군가의 취향이 되는 것도 재밌어서 배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연인 이옥섭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한 마디를 남겨 또 다시 듣는 이들의 미소를 유발했다.
대세로 거듭난 구교환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캐릭터가 그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었냐'다. 실제로 '반도' 이후 '모가디슈' '박하경 여행기'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 '괴이' 등 빼곡하게 채워진 그의 필모그래피는 분량과 상관없이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주연으로 거듭난 구교환이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없단다. 그저 촬영 회차가 과거보다 많아졌을 뿐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는 동일하다. 구교환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까닭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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