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거친 황무지서 피어난 茶… 한국을 대표하다 [연중기획-K브랜드 리포트]

박미영 2023. 8. 8. 2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6> 오설록
창업자 서성환 회장 ‘차 사랑’ 각별
한라산 산기슭에 흙 깔고 차밭 일궈
나무 심은지 4년 만에 첫 찻잎 수확
흙·물·바람·빛… 자연이 맺은 결실
노하우 바탕 우리차 품종 강화 온힘

제주의 자연을 담은 대한민국 대표 프리미엄 티(Tea) 브랜드 ‘오설록(OSULLOC)’.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장원 서성환 선대회장이 한국 고유의 전통 차(茶)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한 1979년 출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80~90년대를 지나며 제주 돌송이, 서광, 한남에 이르는 338만㎡(100만평) 규모의 오설록 유기농 차밭을 일궈냈다. 이렇게 제주 차밭에서 생산한 차는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담은 대한민국 최고의 차 브랜드 오설록을 통해 고객에게 소개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동백이 피는 곶자왈
◆40년 넘게 이어온 오설록과 제주의 인연

서성환 선대회장은 1970년대에 사업상 외국을 자주 드나들며 나라마다 고유한 전통 차와 차 문화가 있음에 주목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차 사업은 도저히 어렵다는 좌절과 낙담이 뒤섞여 있던 때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과거의 뛰어난 차 문화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79년 녹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척박하기로 소문난 제주의 토지에서 좋은 품질의 차를 생산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당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제주 농민들의 삶은 많이 어렵고 힘들었다. 서성환 선대회장은 잘 가꾸어진 농토가 아닌 버려진 땅인 중산간 지역을 농토로 바꾸어 제주 지역민과 상생하는 것이 ‘기업가가 해야 할 일’임을 강조하며 모두가 포기한 황무지를 비옥한 농토로 일구기 시작했다.

한라산 산기슭과 마주한 경사가 깊은 도순 지역에서 첫 삽을 떴다. 전기와 식수가 없었고, 흙을 깔기 위해 부으면 물처럼 땅속으로 스며들어 수차례 흙을 실어다 부어야만 밭을 만들 수 있었다. 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기계도 넣을 수 없어 직접 손으로 돌과 잡목을 걷어내야 했다. 1979년 제주도 중산간의 거친 황무지를 개간해 처음 차 나무를 심은 지 4년이 지난 1983년 마침내 처음으로 찻잎을 수확할 수 있었다.

서성환 선대회장의 신념과 노력으로 제주와 첫 인연을 맺은 아모레퍼시픽은 서광차밭, 돌송이차밭, 한남차밭에 이르는 총 100만평 규모의 ‘오설록 유기농 다원’을 일궈냈다.
◆천혜의 자연 제주, 한국차 재배의 중심이 되다

오설록 제주 차밭은 생육이 까다로운 차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흙, 물, 빛, 바람, 안개의 다섯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오설록은 제주라는 천혜의 환경에 과학과 정성을 더해 가꾼 찻잎을 수확해 싱그러운 제주의 기운을 담은 차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오설록 차밭의 화산회토는 유기물 함량이 높아 차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온기를 품고 있는 제주의 빛과 청정수는 여린 찻잎들을 더욱 건강하게 자라게 한다. 전체 100만평 규모의 오설록 차밭은 사계절 내내 강한 바람이 불어와 대기 순환을 촉진하고 찻잎의 양분 흡수를 극대화한다. 안개 역시 자연 차광 효과로 찻잎의 색을 더 선명하게 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돌송이차밭은 어렵게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 비밀스러운 차밭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눈 쌓인 한라산 정상의 모습(雪)과 연녹색으로 뒤덮인 차밭(綠)이 장관을 연출한다. ‘오설록’이라는 브랜드 이름은 이곳 돌송이차밭을 찾은 사람들이 멋진 광경에 탄복하며 내뱉는 ‘오~’라는 감탄사에서 영감을 받아 붙여졌다.

돌송이차밭의 차는 빛과 물, 바람이 만드는 향(香)이 특징이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태양인데 돌송이차밭은 태양이 이동하는 정남쪽을 향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지형 자체가 언덕이기에 햇빛을 보다 효율적으로 받아들인다.
삼다연 제주영귤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서광차밭은 오설록 티 뮤지엄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을 처음으로 개간하던 과정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서광차밭의 차는 어려운 생육 환경을 극복하고 만들어내는 색(色)이 특징이다. 제주는 기본적으로 비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한라산 때문에 제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강수량의 차이가 있다. 4~5월 제주에는 주로 남동풍이 부는데 한라산을 맞닥뜨린 습한 바람이 남동쪽에 비를 뿌리고 이후 비를 잃은 구름이 서광차밭 위를 지난다. 이때 구름은 많지만 강수량은 적은 특이한 기상 현상이 발생한다. 햇빛이 부족해진 차나무는 극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오히려 엽록소를 활발히 생성하고 찻잎은 더 진한 녹색을 띠게 된다.

서광차밭에 넓게 분포된 중문통이라는 토양도 찻잎을 더욱더 짙게 만드는 광합성 활동을 돕는다. 중문통에는 다른 흙에 비해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이 미네랄은 뿌리로 흡수돼 엽록소 생성과 광합성 활동을 촉진시킨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 자리한 한남차밭은 오설록 차밭 중 가장 최근에 조성됐다. 그만큼 다른 차밭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 노하우가 집약돼 고품질의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남차밭의 가장 큰 특징은 흙과 물, 바람이 만들어내는 맛(味)이다. 이곳은 화산회토 중에서도 민악통이라는 토양이 전체 면적의 60%를 차지하는데 민악통은 유기물 함량이 20%를 넘고 차나무 뿌리에 영양분을 전달하는 능력인 CEC(양이온 교환 용량)가 월등히 높다.

오설록은 녹차 재배에 대한 오랜 경험과 과학적인 연구 성과를 통해 지속하여 차 품종을 강화하고 있다. △유기농 재배(미국 농무부의 USDA-NOP 인증, 2011년 유럽의 EU-Organic 인증을 획득으로 국제적인 재배 연구 역량을 검증) △차광 재배(선명한 초록빛과 더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일정 기간 빛을 차단하고 재배하는 방식) △신규 품종 개발(한국 고유의 품종을 개발하고자 기능성 품종 연구 및 신품종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을 통해 건강한 차의 이로움을 더 많은 고객이 접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