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주춤하자…미 빅테크 기업들 ‘생성형 AI 주도권’ 경쟁

김은성 기자 2023. 8. 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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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인 애플,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 위해 인력 채용 나서
MS는 경쟁사 메타와 제휴…메타, SNS에 특화된 챗봇 내달 공개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무기’ 속속 공개할 예정

애플은 GPT 내부테스트 돌입, 마이크로소프트(MS)는 경쟁사 메타와 깜짝 제휴, 메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화 챗봇 공개, 테슬라는 xAI 출범 ….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챗GPT가 ‘6개월 천하’ 이후 주춤하자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속속 뛰어들었다.

AI와 거리를 뒀던 애플은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기 위해 인력 채용에 나섰다. AI 선두주자인 MS와 구글 등이 대규모 AI 개발 경쟁에 나서는 것과 달리 애플은 아이폰 등에 특화한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MS는 경쟁사인 메타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메타는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입할 AI 챗봇 ‘페르소나’를 내달 공개한다. 한국에서도 하반기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등판을 앞두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미국과 프랑스, 중국 등에서 생성형 AI 구축의 기반이 되는 LLM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있다. 앞선 빅테크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 AI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애플은 아이폰 등 휴대기기에 특화한 LLM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LM 크기가 줄면 기업이 우려하는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챗GPT 같은 대규모 모델은 외부 서버를 활용해 클라우드 방식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 AI에 입력한 정보가 외부 서버에 공유된다.

애플의 합류는 늦은 감이 있지만 세계 1위 빅테크 기업인 데다 아이폰을 비롯한 독립 생태계로 ‘IT 제국’을 만든 만큼 선두주자들에게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내부 개발 단계이고 제품 출시를 서두르기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애플의 과거를 보면 단기간 내 서비스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손잡은 MS는 지난달 깜짝 발표를 했다. MS는 지난달 19일 파트너사 연례 콘퍼런스 행사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 고객이 메타의 AI 모델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MS가 2019년부터 오픈AI에 수십조원을 투자하며 제휴를 맺어온 만큼 이번 발표는 업계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애저 서비스를 통한 메타의 최신 언어모델 제공은 MS가 오픈AI에 집중된 AI 서비스를 다른 회사에도 다양화하겠다는 의도로, ‘AI 플랫폼 기업’이 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MS는 빙 챗봇을 구글 크롬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 크롬으로 영토를 확장해 구글의 AI 챗봇인 바드와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MS는 챗GPT가 장착된 ‘MS 365 코파일럿’(오피스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월 이용료를 30달러(3만7900원)로 책정, 수익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메타도 같은 날 최신 LLM인 ‘라마2’를 공개하고, 무료로 기업 등 개발자들을 위해 오픈소스를 제공키로 했다.

라마2의 성능은 GPT-3.5 수준이지만, 누구나 모델을 무료로 가져다 자신의 필요에 맞춰 바꿔 쓸 수 있다. 현재 오픈AI와 구글은 기술력을 무기로 LLM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일부는 유료로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구글이 아이폰과 경쟁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운영시스템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처럼, 후발주자인 메타도 비슷한 방식으로 AI의 핵심인 LLM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마2는 이용료가 없지만, 애저 서비스 이용에 대해서는 MS에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또 메타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AI챗봇인 페르소나를 내달 선보인다. 틱톡 등에 맞서 인스타그램 등 자사 SNS에 장착해 앱 이용률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페르소나는 다양한 캐릭터를 구축해 여행과 요리 등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 등을 일대일로 추천해 줄 예정이다.

구글은 챗봇 바드에 지원 언어 기능을 확장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바드에 한국어와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등 40개 이상의 지원 언어를 추가하고 180여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또 LLM을 접목한 로봇 ‘RT-2’를 선보이며 AI를 물리적 세계에 적용한다. RT-2는 프로그래밍이나 별도의 훈련 없이도 스스로 학습해 명령을 이행하는 AI 로봇으로,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에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올 하반기에는 국내 IT기업들의 반격도 주목된다. 네이버는 오는 24일 자체 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챗GPT와 유사한 챗봇 ‘클로바X’를 공개한다. 9월에는 AI 검색 서비스 ‘큐:(Cue:)’의 베타 테스트를 하고 10월부터는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가 출시된다. 카카오도 오는 10월 이후 ‘코GPT 2.0’을 발표하고 카카오톡 비즈니스에 접목한다.

그 외 SK와 LG, 통신사, 엔씨소프트 등도 경쟁대열에 가세해 연내 초거대 AI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재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생성형 AI 도입 경쟁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자체 데이터 보유 여부와 주력 서비스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양성, 저작권 이슈 등 리스크 요인 해결이 향후 성패를 판가름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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