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해임 추진… KBS·방문진 이사장 날리면, 그 다음은?
조사 끝나기도 전에 해임 착수
언론계 "정권 홍보방송 만드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최소한의 사실 확인 절차나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 해임 절차를 강행해 비판을 사고 있다. 감사원 감사나 방통위의 검사·감독,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공영방송 이사들의 해임 절차를 시작해 “근거와 타당성을 결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가 임명되기 전, 공영방송 이사진을 교체해 방송 장악을 위한 ‘꽃길’을 깔아주기 위함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방통위는 이 같은 비판에도 꿈쩍 않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지난달부터 야권 추천 이사들에 대한 해임 절차를 본격 추진했다. 지난달 25일 △방만 경영 방치 △구속된 이사의 해임건의안 부결 △경영평가 내용 부당개입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 등을 이유로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에 착수했고,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문제에 연루된 정미정 EBS 이사에 대해서도 같은 기간 해임 절차를 시작했다.
또 지난 2일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상대로도 해임을 위한 청문 절차를 개시했다. 해임 사유는 권태선 이사장의 경우 △MBC 경영 및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위반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으로 선관주의 의무 위반 △방문진 이사장으로서의 법령 준수 의무 위반 등이다. 김기중 방문진 이사는 안형준 MBC 사장의 주식 명의 대여 의혹과 관련한 MBC 특별감사에 참관인으로 참여해, 감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주요 해임 사유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김기중 이사를 제외하곤 해임처분 사전통지서를 전달했고, 9일엔 남영진 이사장, 10일엔 정미정 이사, 14일엔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한다. 또 오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이들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일괄 의결할 계획이다. 만약 김기중 이사의 해임까지 확정되면 이들의 빈자리를 여권 인사가 채울 경우 현재 KBS 이사회(4:7)와 방문진 이사회(3:6)의 여야 구도는 각각 6:5, 5:4로 역전된다. 야권 추천의 윤석년 KBS 이사는 이미 지난달 12일 해임된 바 있다.
언론계는 갑작스러운 공영방송 이사들의 해임 추진 배경에 방송 장악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윤능호 방문진 이사는 8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해임 사유가 있어 이사장을 해임하는 게 아니라 해임하기 위해 긁어모아 해임 사유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더군다나 이렇게 쫓기듯이 갑작스럽게 KBS 이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을 동시에 해임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항간에서 얘기하듯 공영방송 이사장을 해임시키고 이사진을 개편해, 결국 자기네들 입맛에 맞는 사장을 앉혀 두 공영방송을 정권 홍보방송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해임 사유의 타당성이 부족하고, 감사·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해임이 추진되는 등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해 반발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KBS 야권 이사 5인은 지난 3일 입장문을 통해 방통위가 주장한 KBS 이사장 해임 사유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공영방송 장악’이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해임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방문진 야권 추천 이사들도 8일 긴급 소집한 임시이사회에서 입장문을 의결하고 “절차상, 내용상 하자가 있다”며 “해임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방문진에 대한 정부기관과 수사기관의 압박은 심화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4일과 7일 방문진에 대한 현장 검사·감독을 강행했고, 지난 3일엔 감사원이 ‘방문진의 문서 관리 및 자료 제출 등에 관한 사항’으로 조사할 것이 있다며 권태선 이사장을 소환했다.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권 이사장 관련 수사참고자료를 받아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선 이사장은 “지금 감사원에선 저에 대해 감사 방해 혐의를 씌우려 하고 있다”며 “MBC 자료를 방문진이 대신 받아주지 않는 걸 가지고 감사 방해라 하고, 3일 조사 결과 문답서에서도 제가 한 답변을 왜곡하는 식으로 질문지를 구성한 상황도 발생했다. 저를 어떤 이유로든지 몰아가서 결국 저에 대한 법적 조치로 가기 위한 작전이 있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TBC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보도, 검찰 미공개 자료 확보 등 돋보여 - 한국기자협회
- [이달의 기자상]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및 명태균 게이트 - 한국기자협회
- [이달의 기자상]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 한국기자협회
- [이달의 기자상] 부실 수사에 가려진 채석장 중대산업재해 - 한국기자협회
- [이달의 기자상] 묻혔던 채상병들 - 한국기자협회
- [이달의 기자상] 뜨거운 지구, 기후 위기 현장을 가다 - 한국기자협회
- 경제지·일간지·방송·통신사 기자들의 '반도체 랩소디' - 한국기자협회
- 이진숙 탄핵심판 첫 변론… 위법 여부 공방 - 한국기자협회
- 사과 이유 설명 못하고, 마이크는 혼자 1시간40분 - 한국기자협회
- 답답해서 내가 던졌다… 윤 대통령에 돌직구 질문한 두 기자 -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