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지시’ 드러나…수사단장은 보직해임 의결
[앵커]
고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건 지휘부가 안전보다 외부 시선을 의식해 무리한 지시를 내린 탓이란 주장이 나왔습니다.
해병대사령부는 이 사건을 조사한 수사단장이 지시를 어기고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 했다며, 보직해임을 최종 결정했습니다.
양민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바둑판식으로 수색 정찰을 실시하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수색 당시 SNS 단체 대화방 화면입니다.
'사단장 지시사항'에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 정성껏 탐색하라"는 내용도 보입니다.
채 상병이 소속된 중대는 다음 날인 오전 8시쯤 경북 내성천 보문교 인근에서 조를 짜 수중 수색을 시작합니다.
물이 깊다는 보고가 잇따랐지만 간부들은 '바둑판식' 수색만을 강조하며 1m 이상 간격을 띄우라고 주문했습니다.
결국 장병 8명이 급류에 휩쓸렸고, 채 상병은 휩쓸린 동료를 구하려다 숨졌다고 군 인권센터는 밝혔습니다.
'복장'에 대한 지침도 구체적, 반복적으로 하달됐습니다.
현장 간부들이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면 걸을 수 없다"며 변경을 건의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채 상병이 숨지던 당일 전파된 최종 복장 지침은 "장화에 우의 지참"이었고, 구명조끼 착용 지시는 없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채 상병 순직은 사단 지휘부의 책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형남/군인권센터 사무국장 : "(사고는) 임성근 사단장을 포함한 해병 1사단 지휘부가 대민 지원 과정에서 '해병대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이미지를 도출하기 위해서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한 지시를 남발하다가..."]
한편 해병대는 이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보직해임을 의결했습니다.
해병대는 조사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어긴 것은 군 기강 문란으로, 앞으로 직무 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됐다고 밝혔습니다.
수사단장 측은 이에 대해 인사소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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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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