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잼버리 조직위가 치고…3박4일 ‘뒷수습’ 지자체가 떠안아

오세진 2023. 8. 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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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악몽]‘잼버리는 계속’ 주장하지만…조직위는 사실상 일정서 배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다가 퇴영한 벨기에 대원들이 8일 오후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태풍 ‘카눈’을 피해 전북 부안군 새만금의 야영지에서 철수했다. 참가자들은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한 8개 시·도 지역 128개 시설에 흩어져 대회가 끝나는 12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개막 당일부터 ‘부실 준비’ 논란을 빚었던 잼버리조직위원회는 ‘야영지 철거 작업’ 등을 위해 새만금에 잔류하기로 해 사실상 전면에서 물러서는 분위기다. 9일부터 남은 3박4일의 일정을 새로 짜는 일부터 구체적인 안전 대책 마련 등 행사 운영에 있어, 잼버리 참가자들을 수용하게 된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책임이 커지게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8일 오전 브리핑에서 태풍 카눈에 대비해 “수도권 등 8개 시·도와 협조해 128개 숙소를 운영한다”며 “총 1014대의 버스가 156개국 3만7천여명의 잼버리 참가자들을 태우고 각 행선지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께 대만 참가자들을 태운 첫 버스가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4시께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 전원이 새만금에서 철수해 서울과 경기, 인천, 충북, 충남, 대전, 세종과 전북 지역에 각각 마련된 숙소로 흩어졌다.

정부는 애초 수도권 지역으로 대부분의 인원을 이동시키기로 했지만, 숙소 확보가 여의치 않아 충청권까지 권역을 넓혀 숙소를 마련했다. 정부가 마련한 숙소는 주로 공공기관 및 기업 연수원과 대학 기숙사, 종교시설 연수원 등이며, 군 시설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 장관은 “잼버리 취지에 맞게, 많은 나라의 대표단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대형 숙소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만금 야영장 철수 과정은 잼버리 조직위가 아닌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태풍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하며, 잼버리 비상대책반을 구성한 데 따른 것이다. 비상대책반 간사를 맡은 이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남은 일정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오는 9일부터 행안부 국장급 지역책임관 9명을 8개 시·도에 파견해 잼버리 참가자들의 안전과 편의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다가 퇴영한 벨기에 대원들이 8일 오후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도착해 짐을 옮기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날 잼버리 참가자들의 새만금 야영장 조기 철수 완료와 함께 잼버리 조직위는 사실상 행사 운영 전면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다.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조직위는 (야영장) 철거 등 여러 일을 정비해야 해서 전북에 체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잼버리 참가자들을 수용한 각 지자체들이 떠안아야 할 역할은 더욱 커지게 됐다. 당장 남은 3박4일 동안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한 체험 활동 프로그램을 짜는 일도 지자체의 몫이 됐다. 이날 오후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확정’ 일정은 오는 11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에서 케이(K)팝 콘서트 및 폐영식을 개최하기로 했다는 것뿐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잼버리 참가자들이 배정된 지역의 지자체장이 프로그램 운영을 주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충북도가 천태종 본산인 단양 구인사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옛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개방된 청남대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해, 서울시 등 각 지자체 관계자들은 잼버리 참가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 만들기에 분주했다.

아울러 잼버리 참가자들의 안전·위생관리 등에 대한 책임도 커졌다. 경기도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은 ‘잼버리 대원 체류 지원 티에프(TF)’를 꾸리고 행사 참가자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에 ‘전담 지원단’을 파견해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챙기는 일부터 해서, 응급 환자 발생 시 119에 신고하는 일 등 각종 지원을 공무원들이 24시간 교대로 해당 숙소 건물에 상주하면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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