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북상에 위기경보 ‘심각’ 상향...지자체·산업계 촉각

박근태 기자 2023. 8. 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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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일고 있다. 태풍은 10일 오전 중 강도 '강'의 위력을 유지하면서 경남 통영 인근을 통해 상륙해 내륙을 관통할 전망이다./뉴스1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일고 있다. 태풍은 10일 오전 중 강도 '강'의 위력을 유지하면서 경남 통영 인근을 통해 상륙해 내륙을 관통할 전망이다. /뉴스1

정부가 8일 오후 5시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에 대비한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단계를 3단계로 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6호 태풍 카눈이 9∼11일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며 전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위기 경보 수준과 중대본 단계를 이렇게 상향했다고 밝혔다.

태풍 카눈은 이날 오후 3시 일본 가고시마 남쪽 230㎞ 해상까지 북상했다. 중심기압은 970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초속 3m이며 강도 등급은 ‘강’이다.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시속 3㎞로 이동했는데 오후 들어 시속 18㎞로 빨라지면서 한반도로 북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부터 전국이 차츰 제6호 태풍 카눈 직접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카눈은 10일 오전 중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경남 남해안에 상륙한 후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매우 강하고 많은 비와 강한 바람, 높은 파도와 강한 너울이 예상된다.

강원 영동과 경북 북부 동해안, 제주도에서 시작한 비는 이날 오전에 전남 남해안과 경남권, 오후에 충청권과 그밖의 남부지방까지 범위를 넓히다가 밤에는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설치된 파라솔이 철거되고 있다. /뉴스1

강원 영동은 8일부터 11일까지 200∼400㎜, 많은 곳은 600㎜ 이상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 영서는 80∼120㎜, 곳에 따라 150㎜ 이상의 비가 예보됐다. 경상 북부서부내륙과 동부해안에는 3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등 전국 모든 지역이 태풍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제주도도 8일부터 10일까지 100∼200㎜, 산지는 400㎜ 이상, 중산간은 300㎜ 이상의 비소식이 있다.

카눈이 북상하면서 한반도 주변 해상에는 시속 70~115㎞로 바람이 불고 물결이 3~7m 높이로 매우 높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해상과 남해 해상, 동해남부남쪽 해상은 물결 높이가 8m까지 일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통과할 때 해수면이 상승하는 현상인 기상조와 높은 파도가 더해진다. 9일부터 동해안과 제주해안에, 또 10일에는 전 해안에 너울이 유입되고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을 정도로 높은 물결이 밀려올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은 전국이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지하와 지하차도, 하천변, 해안도로, 방파제를 통제하고 위험 지역의 주민을 대피시키라고 관계 기관에 당부했다.

또 해수욕장을 비롯해 피서객이 몰리는 장소는 통제하면서 9일 오후까지 산지와 하천변 마을 등 위험지역 거주민을 대피소로 대피시킬 것을 주문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경남 지역 해수욕장 5곳이 통제됐다. 사면유실 구간, 지하차도 등 도로 13곳(충북)과 숲길 15개 구간도 통제 상태다.

행안부는 이날 태풍에 대비해 17개 시도에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했다. 행안부는 10개 시·도(33개 시·군·구) 재해예방정비사업장, 급경사지, 저수지, 소하천 등 위험지역 3906곳에 대한 중앙합동 점검을 이날부터 이틀간 실시한다.

산림청은 8일 오후 7시를 기해 전국 산사태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했다. 산사태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구분된다.산림청은 이번 태풍에 대비해 올해 산불·산사태 피해지, 산림 사업지, 산림복지·휴양시설 등 1만253곳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중대본은 아울러 출근 시간대 대중교통을 증편하는 동시에 통제 상황과 기상 상황을 재난 문자 등을 활용해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전국 항만들도 피항을 항만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8일 오후 8시부터 부산항 항만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부산항 신항·북항 컨테이너 부두에 접안한 선박과 정박지(북항, 신항, 남외항 등) 선박은 8일 오후 8시까지 피항을 완료했다. 앞서 감천항 접안 선박과 부선은 이날 정오까지 피항을 마쳤다. 충남 보령항과 태안항에 정박 중인 4만∼10만t급 석탄운반선 5척은 오는 9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피항을 시작해 10일 0시 전까지 서해 먼바다로 대피를 완료하게 된다.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태풍 때 피해를 입은 주요 기업들도 차수벽을 설치하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태풍으로 처음으로 공장 가동을 멈춘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 5월 정문에서 3문까지 1.9㎞에 걸쳐 2m 높이 차수벽 설치를 마쳤다. 6월에는 냉천 둑을 따라 1.65㎞에 걸쳐 시트 파일을 설치했으며 변전소와 발전소 등 주요 시설에 차수벽 등 물막이 시설을 모두 설치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을 비롯해 포항철강산업단지 기업도 펌프나 모래주머니를 비치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 체계를 갖췄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8일 침수에 대비해 수출품 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는 생산차 5000여대를 안전지대로 옮겼다. HD현대중공업은 태풍 위험 등급 가운데 최고 단계인 ‘심각’을 발령한 데 이어 건조 중인 군함 2척을 포함해 선박 7척을 서해 쪽으로 피항시켰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0시부터 원유선과 제품 운반선의 접안을 막고 하역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에쓰오일도 입항 중지 조처를 내렸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6시부로 폭염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했다. 행안부는 지난달 1일 폭염 위기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이달 1일에는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위기 경보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폭염으로 ‘심각’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달 3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근무 1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폭염 대응을 위해 중대본 2단계가 가동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동빈내항에 많은 선박이 피항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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