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떠받쳐온 ‘내수’마저 흔들리나
식료품 공급은 4.5% 줄고 자동차 공급은 16.4% 급증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에 공급한 제조업 제품이 지난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감소했다. 감소폭도 커지는 추세다. 내수 부진을 시사하는 지표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경기를 떠받쳐온 내수 회복세가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2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동향을 보면 지난 2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는 지난해 2분기보다 1.6% 줄었다.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돼 국내에 출하됐거나 외국에서 국내로 수입된 제조업 제품의 실질 공급 금액을 지수화한 지표다.
이 지수는 2021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4분기 0.2% 감소 전환했는데, 2분기에는 국내 제조 제품(-2.0%)과 수입 제품(-0.1%)의 공급이 모두 줄어 2020년 2분기(-5.5%)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감소폭은 전 분기(-0.4%)에 비해 4배가량 커졌다. 수입 제품 공급이 감소한 것도 3년 만에 처음이었다.
수출 부진 속에서 국내 경제를 그나마 뒷받침한 국내 소비까지 주춤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1% 줄어들며 한 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 및 투자와 밀접하게 연관된 자본재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2분기 국내에 공급된 제조업 제품을 사용 형태별로 구분해보면 다른 제품의 재료로 투입되는 중간재(-0.5%)보다 그 자체로 최종 사용되는 최종재(-2.9%)의 공급 감소폭이 더 컸다. 최종재 중에서는 건물이나 차량 등 자본재(-3.4%) 공급 감소가 가장 컸지만 의류나 식료품 등 소비재(-2.5%) 감소폭도 두드러졌다. 특히 2분기 식료품 공급량은 4.5% 줄었는데,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 밖에 전자부품(-21.6%)이나 컴퓨터(-16.9%), 가구(-14.3%), 의복·모피(-7.1%) 등의 공급 감소율도 높았다.
자동차(16.4%) 공급은 다른 품목과 달리 큰 폭으로 늘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0.8%)는 국내 제품(-17.4%) 공급은 줄었지만 수입품(11.5%) 공급이 늘어 전년 동분기 대비 소폭 늘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높은 금리가 당장 내려갈 국면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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