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한 잼버리 대원들로 북적…서울 상인들 ‘반색’
공무원들도 “느닷없이 차출, 뒤처리 전담” 볼멘소리
체감온도가 34도에 달한 8일 오후 1시. 명동 일대에선 스카우트 단복을 입은 외국인 학생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잼버리 최대 참가국인 영국은 폭염으로 인한 안전상의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 5일부터 대원들을 서울 호텔로 이송한 터다.
정부는 태풍 ‘카눈’ 북상 소식에 새만금에 설치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캠프를 이날 철수하고 외국 스카우트 대표단 3만6000여명을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8개 시·도로 이송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표정에선 기대감이 엿보였다. 명동 한식당 직원 최모씨(58)는 “13~15명쯤 되는 (스카우트) 두 팀이 와서 비빔밥을 먹고 갔다”며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대원들이) 명동을 많이 찾아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기념품 가게 주인 조모씨(42)도 “1일 개막 직전까지 하루 40~50명 정도 되는 대원들이 가게를 찾았다”며 “외국인 손님이 주 고객이다 보니 무조건 많이 오면 좋은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 스카우트 대원 200여명이 머물게 된 마포구 홍익대학교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학생 홍모씨(21)는 “새만금 말고 다른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며 “남은 기간 편하게 있다가 무사히 돌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인근 상인 박인숙씨는 “철수 소식 듣고 안타까웠다. 오늘 오는 줄은 몰랐는데, 오면 기분 좋게 해줘야겠다. 쾌적하게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정부의 대처를 두고는 불만이 속출했다. 당장 축구팬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왔다. 폐영식을 겸한 K팝 콘서트는 오는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기로 이날 확정됐다. 공연 장소가 당초 새만금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가 다시 상암구장으로 바뀐 것이다. 축구팬들은 “10억원을 들인 잔디가 망가질 것이다” “예정된 경기까지 취소하더니 만만한 게 축구냐”라고 했다.
K팝 콘서트를 두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국방부에 방탄소년단(BTS) 섭외를 요청하자 팬들은 “BTS가 국가 전속 가수냐”는 반응을 보였다. 걸그룹 뉴진스가 행사에 급하게 섭외됐다는 소식에 뉴진스의 팬 A씨(31)는 “미숙한 운영으로 잼버리를 말아먹더니 K팝 가수를 동원해 국격 회복에 나서는 것이냐”라며 “청소년 보호를 앞세워 대원들의 언론 접촉은 막으면서 미성년자인 아이돌은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는 것이 모순적”이라고 했다.
잼버리 파행 사태 수습에 차출된 공무원 사회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인사혁신처가 7일 오후 느닷없이 ‘국가공무원 동원’을 지시하고 나섰다”며 “공문도 아닌 부서 e메일로 ‘내일 아침 집결해 새만금으로 출발’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어디에, 어떤 업무로 차출되는지 단 한 줄의 언급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주 전북지역 공무원 노동자를 재래식 화장실 청소에 강제 동원하려던 일이 아직 채 수습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정부의 ‘뒤처리 전담반’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했다.
이유진·윤기은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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