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태풍 등 최악에 대비” 지시…실행된 건 ‘최악의 준비’
“부산엑스포 유치 영향 없어”
영내 성범죄 의혹엔 “경미”
잇단 실언으로 논란만 키워
한덕수 총리 “최악 대비하라”
개최 전 지시에도 준비 ‘최악’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 ‘조기 철수’를 두고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장관은 8일 오후 세계잼버리 태풍 비상대피 관련 브리핑에서 ‘잼버리 사태가 부산엑스포 등 국제행사 유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위기 대응을 통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역량을 보여주는 시점”이라며 “이후 부산엑스포 개최 등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잼버리조직위원회는 “(김 장관의 답변은) 세계잼버리가 여타 국제행사 개최에 영향이 없기를 바라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기관리에 총력을 모으고 있고, 다른 국제행사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세계잼버리의 안전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앞서 지난 6일 브리핑에서도 영내 성범죄 의혹에 대해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당시 한국스카우트연맹 전북연맹은 여자 샤워실에 태국 남성 지도자가 들어갔는데 주최 측 대응이 미진하다고 항의하며 조기 퇴영했다. 김 장관은 다음날인 7일 “‘경미하다’라고 한 것은 ‘성범죄가 경미하다’는 것이 전혀 아니라, 경찰이 건조물 침입으로 규정했다는 보고를 받아서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 부족 등으로 파행 운영되는 와중에서도 정부의 대응에 설화와 논란이 지속되는 셈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잼버리 개최 다섯 달 전부터 “폭염·태풍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철저한 안전조치”를 거듭 강조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됐다. 정부 내부에서는 새만금 현장 위생 등 디테일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총리는 지난 3월 제2차 정부지원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새만금 현장 점검,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국무회의 등 주요 계기마다 “안전한 잼버리”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한 총리는 여름철 폭염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고 관계기관에 강조했다. 잼버리 개최 직전인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행사 기간은 폭염과 태풍이 우려되는 시기”라며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한 총리를 보좌하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13일 새만금 현장에서 “안전 부분은 과할 정도로 철저하게 챙겨주기 바란다”며 “폭우, 폭염, 태풍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폭염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라”는 한 총리와 방 실장의 지시는 무색해졌다. 정부 내부에서는 화장실 위생 등 현장의 세부적인 환경을 신경쓰지 못한 데서 문제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에 치밀하지 못했던 것이 초창기에 모든 것을 망쳤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2일 종료되는 잼버리를 마무리한 뒤 준비·운영에서 발생한 문제를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가부와 집행을 맡은 전라북도 등 중앙·지방정부 관계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잼버리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에 대해 조사·감찰에 나설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잼버리를 잘 마치는 게 최우선”이라며 “그런 문제를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박광연 ·조해람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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