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막 못 되는 낡은 집…한밤에도 30도 훌쩍 '폭염 불평등'
오늘(8일) 가을의 문턱인 입추라는 게 무색할 만큼, 무척 더웠습니다. 경기 옥천면은 낮 기온이 39도 가까이 올랐습니다. 올해 온열질환자는 벌써 2천명에 가깝게 나왔고, 사망자도 27명, 지난해의 3배입니다. 그래서 바깥 피해 실내로 들어가라는 재난문자, 오늘도 받아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집 안이 바깥보다 더 위험합니다. 최악의 폭염이었다는 2018년 더위로 인한 사망자, 가장 많이 나온 게 '집 안'입니다.
윤정주 기자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 건지 하룻밤을 지내봤습니다.
[기자]
어두운 골목 낡은 주택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밤인데도 더운 공기가 훅 밀려 나옵니다.
골목과 붙은 창문은 환기가 안 되고, 단열재 없는 벽은 열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오늘 하룻밤 지낼 방입니다.
[주택 주민 : {침실로 들어오니까 더 덥네요.} 이 자체가 벌써 덥게 생겼잖아. 내 복이 그러니까…]
이 집에 혼자 사는 60대 남성 더운 여름, 집 안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합니다.
[주택 주민 : 잠을 늦게 자잖아. 땀이 이게 다 아침이 되면 수건이 젖었다고.]
밤 9시, 이제 혼자 남았습니다.
방 안은 31도가 넘습니다.
냉방기는 선풍기 하나, 텔레비전에 집중도 잘 안 됩니다.
못 견디고 결국 밖에 나와봅니다.
[나오니까 좀 낫네.]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공중화장실로 갑니다.
찬물을 머리에 뒤집어쓰니 좀 낫습니다.
다시 방에 들어와 반소매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잠은 잘 오지 않습니다.
자정이 지나자, 목이 칼칼해지고 어지럽기 시작합니다.
새벽 3시, 하룻밤을 못 채우고 결국 철수했습니다.
폭염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거 취약층은 점점 더 위험에 노출됩니다.
30년 넘은 노후주택과 새로 지은 집, 에너지 효율이 30%나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실제 서울 온열 질환자가 가장 많이 나온 장소는 '집 안'이었습니다.
또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 2018년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도 '집 안'이었습니다.
낡고 좁은 집을 떠나 들어간 신축 오피스텔.
단열재와 강화유리창이 열기를 막아줍니다.
냉방기를 틀지 않아도 실내 온도는 27도로 훨씬 낮습니다.
폭염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현주·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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