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고 세력 유지…태풍 밀어낼 제트 기류는 북쪽에
높은 해수 온도, 태풍의 ‘먹이’
‘강’ 규모로 느린 이동 전망
내륙 피해, 예년보다 클 수도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진’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됐다. 흔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열대 해상에서 생긴 이후 북서진하다가, 전향해 북동진하면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카눈 상륙 전 해수 온도, 상륙 후 이동 속도와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① 높은, 앞으로도 높을 해수 온도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해수 온도를 살펴보면 규슈 인근부터 제주까지의 해수 온도가 29도가량의 분포를 보인다.
평년과 비교해도 남해안 해수 온도는 1~2도 높은 상태다. 태풍의 ‘먹이’가 될 열이 풍부한 상태라서, 태풍이 고위도로 올라와도 약화하지 않은 채로 계속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올해 해수 온도가 높은 이유는 단기적으로는 최근 맑았던 날씨를 들 수 있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맑은 날이 많았고, 이에 해수 온도도 올라간 것이다.
통상 엘니뇨 시기에는 한반도를 포함한 서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고, 라니냐 시기에는 수온이 높아진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달 엘니뇨가 시작됐다고 선언했지만 아직은 엘니뇨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이다.
차동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규슈 지역에서 마찰 효과로 약해져야 할 태풍이 해수면 온도가 높은 남해안을 지나면서 강도가 유지되거나 다시 강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해수 온도는 점점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태풍은 세력을 키우기 쉬운 조건이 된다.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해양이 지구 가열로 생기는 열의 약 90%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태풍이 더 빨리 활동을 시작해서, 더 늦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② 이동 속도 느리면, 피해도 커
카눈은 10일 오전 9시쯤 ‘강’급 규모를 유지한 채 상륙해 시속 23㎞ 정도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태풍이 북동진할 때 시속 40㎞ 이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과 대비되는 속도다. 지난해 큰 피해를 줬던 ‘힌남노’의 경우 한반도에 진입할 때는 시속 약 39㎞, 빠져나갈 때는 시속 49㎞ 정도였다.
이동 속도가 느리면 ‘피해’도 커질 수 있다. 태풍의 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가장 강수가 집중되는 ‘눈 벽’(태풍의 눈 경계 비구름대가 두꺼운 부분)도 한반도를 지난다.
카눈의 이동 속도가 느린 이유는 카눈을 이끄는 뚜렷한 ‘지향류’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통상 한반도 인근으로 북상한 이후 상층 제트 기류를 만나서 빠르게 동쪽으로 빠져나가는데, 지금은 제트 기류가 더 북쪽에 있어 진행 속도가 더 느리다”고 설명했다.
③ 드물게 북진하는 경로, 지형 효과로 집중될 비 대비해야
기후변화로 ‘상층 제트’가 더 북쪽에 있는 기간이 늘어난다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는 태풍이 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 확장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8~9월 한반도를 직격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풍이 한반도 내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북진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지형 효과’로 좁은 지역별로도 강수가 얼마나 많이, 집중돼 나타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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