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교서 6개월간 교사 2명 극단 선택…학교 측 "단순 추락사"

최란 2023. 8. 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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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6개월 사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7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학교에서 군대로 연락했다"며 "학부모한테 전화가 안 오게 하거나 치료비를 주는 등 아들이 직접 해결하라고 했다"고 덧붙이며 학교 측이 입대한 교사에게 책임을 미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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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란 기자]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6개월 사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7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경기도교육청에 사망 원인을 '단순 추락 사고'라고 보고했고, 경기도 교육청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6개월 사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지난 2016년 교대를 갓 졸업한 뒤 김은지, 이영승 교사는 같은 학교에 발령 받았다. 이들은 4~5년 차가 된 지난 2021년에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나란히 맡았다. 그해 6월 김은지 교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2월에는 이영승 교사도 생을 마감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의 부모는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막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받았다. 그 뒤에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했다"고 MBC에 밝혔다.

이후 김 교사는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는 만류했고, 담임 대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다. 하지만 1년 뒤부터 다시 담임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모들한테 전화 받는 것도 수시로 봤다.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 말했고, 굉장히 전화 받는 걸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정신과 치료와 몇 차례의 병가를 냈지만,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 되던 달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6개월 사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같은 해 12월 숨진 이 교사는 부임 첫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안전사고를 겪었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페트병 자르기를 하는데 어떤 애 하나가 손을 다쳤다. 학부모한테 또 시달렸다. 성형 수술을 해야 한다며 아들에게 보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다음 해 휴직하고 입대했지만,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지속됐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학교에서 군대로 연락했다"며 "학부모한테 전화가 안 오게 하거나 치료비를 주는 등 아들이 직접 해결하라고 했다"고 덧붙이며 학교 측이 입대한 교사에게 책임을 미뤘다고 주장했다.

당시 교무부장은 "사실은 학급에서 따돌림 같은 것도 있어서 상담도 많이 했었다. 그다음에 그 반에 한 명이 장기 결석한 애가 있었다"며 "그 학생의 부모와 수시로 통화하고, 관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사가 한 학생의 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만 4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6개월 사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또 따돌림을 받는 학생의 부모는 "아이들끼리 조를 짜게 하지 마라" 등의 민원을 제기했고, 교감을 만난 뒤 직접 교실까지 찾아왔다.

이 교사는 공개 사과를 해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에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까지 시키는 건 힘들다"고 답했다. 이에 학폭위를 열겠다며 학부모가 화를 내자 이 교사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해당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제가 욕은 안 했지만, 엄청 화를 내고 있었을 거다. '선생님은 그럼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는 그 말에 조금 상처받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새벽 이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라는 글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성명을 통해 "유가족 측의 전언은 학교장의 은폐로 두 죽음을 모두 단순 추락사로 처리하였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고인과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고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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