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2명 목숨 끊었는데‥'쉬쉬' 하는 학교

차주혁 2023. 8. 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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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한 초등학교에서 젊은 초임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목숨을 끊은 일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학교 측은 교육청에 두 교사의 죽음을 모두 '추락사'라고만 보고했고, 따라서 이들 죽음은 교육부의 자살교사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 학교는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입니다.

학교 탓이 아니다, 교사 개인의 사정 때문이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는 학교현장,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무엇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건지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5학년 3반 담임 김은지 선생님의 죽음을, 학교는 단순 '추락사'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유도 사생활에서 찾으려 했습니다.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관계자/유족과의 대화 (음성변조)] "굳이 말씀을 드리면 남자친구를 잘못 만났어요. 지나치게 돈밖에 모르는. 표정도 밝아지고 좋으셨는데 나중에 어느 순간 말을 잃어버리시더라고요."

사망 12일 전, 김은지 선생님은 자신의 우울증을 기록하듯 일기에 남겼습니다.

2017년 부임 한 달만에 우울증 시작, 2018년과 19년, 끝으로 2021년에 다시 재발했습니다.

모두 담임을 맡았던 때입니다.

[고 김은지 어머니] "학생들이 서로 다투고 싸워도 그냥 '선생님이 그러면 안 된다'라는 식으로 막 항의가 오고, 고소한다고, 편애한다고…"

2020년엔 '불안장애 치료 중'이라고 사정해 영어 전담을 맡았고, 우울증세도 없었습니다.

[고 김은지 아버지] "이런 줄 알았으면 당장 학교를 때려치우라고 그랬지. 그런 고통 속에서, 지옥 같은 생활 속에서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라고 하겠어요."

6개월 만에 또 발생한 옆 반 이영승 선생님의 죽음.

이번에도 학교는 '추락사'로 보고했습니다.

유족들에겐 평소 투자에 관심이 많았고, 최근 손실을 봤다고도 했습니다.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관계자/유족과의 대화 (음성변조)] "투자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코인은 쉬는 날이 없어서 좋다고 얘기했었거든요."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관계자/유족과의 대화 (음성변조)] "그런데 손실을 조금 봤다고, 한 400만 원 정도 손실…"

결론은 '학교에선 힘든 일이 없었다'는 겁니다.

호원초등학교 교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유가족은 조문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고 이영승 아버지] "'왜 우리 애가 힘들어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뭐가 힘들어요.' 이렇게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교장이. 거기서 그렇게 유가족들한테 윽박 질러버리는데 누가 이 얘기를 하겠어요. 누가 대항을 해요."

두 선생님의 죽음을 교육당국은 어떻게 기록했을까.

국회 강득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기도교육청의 교사 사망 현황.

최근 5년 동안 경기도에서만 28명의 교사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28명 명단엔 김은지 선생님도, 이영승 선생님도 없습니다.

학교는 '추락사'로 보고했고, 김은지 선생님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단순 사고사로 분류됐습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음성변조)] "추락 사고로 보고가 됐다고 합니다. 그러면 진상조사가 따로 있을 수 없는 거고요. 자살 리스트 거기에도 당연히 포함이 되지 않는 거고요. "

이영승 선생님은 아예 사고사 명단에서도 빠졌습니다.

죽음의 사실 자체가 기록에서 사라진 겁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음성변조)]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이영승 선생님이 포함이 안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의도를 하거나 그랬던 건 아니고, 자료 제출하는 데 있어서 좀 누락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이렇게 사망 사유가 '사고' 또는 '기타'로 분류된 선생님은 경기도에만 16명 더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도 최근 5년간 12명의 교사가 우울증 등으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습니다.

자살과 별도로 '추락사'만 4명이 더 있습니다.

'사고사'도 2명, '기타 및 불상'으로 분류된 교사는 15명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자살인 경우가 실제로는 몇 명이나 더 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음성변조)] "사망 여부에 대한 증빙자료만 받지, 어떻게 사망하셨느냐까지 확인을 하진 않거든요. 확인할 의무도 없고."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6개월간 목숨을 끊은 초중고 교사는 전국에 100명.

하지만 두 선생님처럼 실제로는 자살이지만 '추락사'나 '기타'로 분류된 경우는 빠졌고, 전체 학교의 24%를 차지하는 사립학교도 집계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고 이영승 아버지] "저는 서이초 그거 보면서 장소만 다르지 우리 아들하고 똑같구나. 부모한테 시달리는 거나, 애들한테 시달리는 거나, 관리자들이 무관심한 거나…"

한 초등학교에서 옆반 담임 2명이 목숨을 끊은 건 극히 이례적인 비극입니다.

그런데도 죽음은 은폐되고 아무도 그 이유조차 묻지 않았습니다.

교사의 노동환경에 대한 이런 방치와 무관심은 또 다른 비극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형·윤병순·강종수 / 영상편집 : 류다예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1388', '다 들어줄 개' 채널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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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준형·윤병순·강종수 / 영상편집 : 류다예

차주혁 기자(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2326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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