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K] 재난 수준 폭염…노동자 건강 대책은?
[KBS 전주] [앵커]
이슈K 시간입니다.
불볕 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북은 아흐레째 14개 시군 모든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중인데요,
계속되는 폭염으로 야외 노동자들 건강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재난 수준이 된 폭염,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어떤 제도들이 개선되어야 할지 강문식 민주노총 전북본부 정책국장과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전북도 연일 폭염경보 속에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모두가 힘겨워 하고 있지만 특히 야외 일하는 배달 노동자, 건설 노동자, 청소 노동자들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전북에는 이렇게 폭염에 노출된 야외 노동자들이 얼마나 되나요?
[답변]
작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를 기준으로 대표적인 야외 작업 업종인 건설업에는 5만 2천 명, 농업 임업 어업에 8천 명이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도내 택배노동자가 1,6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요,
실내에서 일하더라도 온열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숙박 및 음식점업종에도 4만 5천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업종을 막론하고 에어컨 등 냉방 설비가 없이 실내, 실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많은데요,
시설 관리, 경비, 청소 노동자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계시고, 전주시 재활용폐기물을 처리하는 리싸이클링타운 선별시설 같은 곳도 실내에서 일하지만 에어컨이 없습니다.
제조업 현장도 에어컨 없이 얼음만 갖다 놓는 그런 현장이 있어요.
이런 폭염에는 그야말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죠.
[앵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열사병 등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가 적절한 휴식을 주는 등 조치를 해야한다고 돼 있습니다.
전북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요?
안 지켜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답변]
이건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노동자의 쉴 권리, 작업을 중지할 권리는 사문화된 권리로 봐도 무방합니다.
일단 강제력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는 35도가 넘으면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하기는 하는데요,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칠 뿐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 권고는 옥외 작업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에요.
최근 코스트코에서 4만3천보를 걸었던 노동자가 숨졌고, 매년 학교 급식실에서도 온열질환 산재가 발생하거든요.
이들은 고용노동부의 예방지침에서 제외되어 있죠.
또 하루 작업량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노동자들은 작업중지라는 게 언감생심입니다.
예를들어 택배 노동자는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잖아요.
이런 특수고용 노동자들 같은 경우 아무리 더워도 일을 쉴 수가 없는거죠.
일을 쉬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드니까요.
[앵커]
그래서 산재 발생 위험에 폭염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 산업안전 보건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답변]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이른바 작업중지권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작업중지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노조가 없는 대다수 사업장들에서는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한다는 게 불가능한 이야기고요.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했을 때 이를 작업거부로 보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례가 많거든요.
작업중지권 행사에 대한 면책이 규정되지 않는다면 사문화된 조항으로 남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질문에서 언급하신 바와 같이 급박한 위험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쟁점이 있습니다.
이게 추상적으로만 규정되어 있어서 노동자들이 임의로 작업을 중지할 수 없는 것이죠.
심지어는 파리바게트나 우리 지역 세아베스틸의 사례에서처럼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도 해당 공정을 계속 가동하는 그런 일도 있지 않습니까?
급박한 위험에 대해 시행령, 시행규칙 등에 보다 면밀히 담아야 할 필요가 있고 폭염, 폭우, 한파와 같은 기후적 요인도 반영되어야겠습니다.
[앵커]
설령 법이 보완되더라도 폭염에 쉬고 싶어도 유급휴가를 쓰지 못 하는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배달 노동자들이 폭염 시 '작업중지권'을 보장해달라며 '기후 실업 급여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게 어떤 내용이고, 가능할지요?
[답변]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폭염, 폭우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런 기후적 요인으로 인해 배달노동자들이 작업을 중단하게 되면 이를 일시적 실업으로 간주해 실업급여처럼 통상 수입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단지 배달노동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폭염 날짜가 늘어난다면 우리나라 전체 경제 체제에도 이런 요인이 반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폭서기에는 일시적 셧다운이 도입될 수도 있겠죠.
기온이 이 추세로 오른다면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수년 내로 진지하게 논의할 의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자의 노동권과 기후위기가 서로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고요.
폭염와 노동자의 죽음과 기후위기와 이 모든 키워드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것은 누구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으며 누가 더 책임을 져야하느냐는 질문이거든요.
[앵커]
지난해부터 열사병도 중대재해처벌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게 노동자들 건강권 보호에 도움이 되는 대책이 될 것인지, 진단해주십시오.
[답변]
이미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폭염 작업 노동자에게 그늘을 제공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벌금을 선고한 판례가 있기도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규율하게 되면 아무래도 사용자들에게도 좀 더 주의깊게 다뤄질 수는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결국 예방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예방을 해야하는지 여기에 대해서는 공백이 참 많습니다.
예를들어 옥외작업자들이 폭염이 너무 심해 휴식을 취하겠다고 했을 때 쉴 공간은 있느냐, 에어컨이 나오는 휴게장소가 있느냐, 하다 못해 그늘이라도 마련되어 있느냐 하는거죠.
정책이란 게 따로 노는게 아니라 서로 맞물려 가야하는 건데, 올해 8월 18일부터는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었어요.
그럼 여건에 충족되는 휴게시설이 설치되어서 노동자의 휴식권이 보장되는지 이런 게 시급히 점검될 필요가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게 이런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관계당국의 지도점검도 강화하라는 건데 무엇보다 당국의 노력이 중요하겠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상편집:최승리/글·구성:진경은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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