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의혹' 박차훈 구속 피했다…한숨 돌린 새마을금고(종합)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금품수수 혐의를 받는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구속의 위기를 넘겼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당장 경영권 공백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여 새마을금고도 한숨을 돌리고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를 받는 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범죄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된 점,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점 등을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밝혔다.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법원에서는 범죄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했는데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이고 지속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해 수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점까지 확인됐음에도 법원에서 증거인명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2020년 12월 새마을금고중앙회(이하 중앙회)가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자금을 출자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중앙회는 3000억원 상당을 PEF 운용사인 'ST리더스PF'에 출자했다. ST리더스는 이 자금으로 'M캐피탈'을 인수했다. 검찰은 박 회장 등 중앙회 임직원이 출자를 대가로 ST리더스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회는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당장 경영권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개별 금고의 지도·감독권은 물론 사업 계획과 예산의 결정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기소의 가능성은 남아 있어 아직 경영권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상태는 아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2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박 회장에 대한 수사를 이어온 만큼 기소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단 기소가 이뤄지면 박 회장의 직무는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법 제79조4항에 따르면 중앙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5조 등의 죄로 기소될 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무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경영권 리스크로 인해 향후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중앙회 입장에선 부담이다. 앞서 지난달초 일부 금고가 연체율 급등으로 흡수합병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새마을금고 예금자 사이에서 뱅크런 조짐이 나타났다. 정부가 '새마을금고는 안전하다'고 여러 차례 설명하면서 사태는 조기에 진화됐다. 그러나 아직 시장에는 여진이 남아 개별 금고가 고금리 특판을 내세우며 예금자를 끌어모으려고 하는 상황이다.

한편 박 회장은 2018년 2월 중앙회장에 취임해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박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14일까지다. 그는 이날 오후 2시30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출석 당시 박 회장은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