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감협의회 "아동학대처벌법 등 각종 법령 개정 요구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8일 입장문을 내고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라는 올가미로 옥죄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을 위시한 각종 법령의 개정을 요구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오후 사무국에서 교육활동 보호 제도개선을 위한 임시총회를 가진 후 이같이 요구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특히 "교육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라면서 "지금의 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계 뿐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 그리고 전사회적인 동참과 관심"을 촉구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입장문]
광화문, 그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부르짖는 교사의 절규에 담긴 핵심적인 요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라는 올가미로 옥죄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을 위시한 각종 법령의 개정이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학부모의 일방적 주장만으로도 교사가 즉시 분리 조치되어 교육권을 박탈당하며, 고소자에게는 무고죄가 적용되지도 않는다. 아동학대처벌법은 2014년에 가정에서의 아동폭력을 계기로 제정된 것이나, 이 법률이 학교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되면서 일정 정도의 ‘불편함’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훈육마저 아동학대로 취급당하며 교사의 교육활동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더이상 아동학대로 취급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전국 교육감들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에서 제외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가칭)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를 신설하여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경우에도 수사기관의 수사 이전에 교원 소속 교육청의 판단을 구하도록 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요구한다.
둘째,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는 법령의 보완이다. 서이초에서도 문제가 되는 바와 같이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는 인격 모독과 같은 언행은 학교에서 사라져야 한다. 한 학생의 행위가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관점에서 이를 제한하고 분리하고 때로는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폭력, 폭언, 학교 무차별적인 난입 등으로 교육 공간이 침해받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사회에서도 건조물 침입죄 등 무단침입을 처벌하는 형사법적 근거들이 있으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갑질을 규제하는 각종 법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예컨대 갑질을 신고하고 규제하는 제도가 있으며, 감정노동자에 대한 공격적 언행에 대한 형사적 처벌의 법 제도도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교사에게는 학부모를 포함한 다른 교육 주체와의 관계에서 사회가 보장하는 이런 노동권마저도 보호받고 있지 않다. 학교에서 이런 것들이 엄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셋째, 교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교육활동 보호 장치의 마련이다.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1차적인 기구는 각 학교에 설치된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이나, 현재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여러 한계로 인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체계적·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교육지원청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추가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교육활동 분쟁조정 서비스 지원, 교육활동 중 배상책임 지원, 교원 소송비용 지원, 교육활동 침해 상담 및 치료비 지원, 교원 위협대처 보호 서비스 지원 등 교육활동 침해로 인한 교원 피해 비용 보상·법률 지원이 교사가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 그리고 시도별 편차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교원치유센터를 「교육활동보호센터」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교원치유센터는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발생했을 때 교사에 대한 심리적 지원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므로 교원의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안에 대하여 고충청취, 법률지원, 재정지원, 치유지원 업무 등을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교원치유센터를 「교육활동보호센터」로 확대・개편하여 운영해야 한다.
넷째,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치료적 지원을 강제하는 법적 근거의 마련이다. 위기 학생, 고위험군 학생, 문제행동 학생은 학생이므로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의 학교에는 정서적·심리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위클래스, 위센터 등 지원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심리 지원 차원을 넘어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현행법 체계에서는 교육활동의 연장에서 이러한 치료를 강제할 방안이 없으며, 치료를 권유하는 것조차 학부모 악성 민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치료적 지원을 공적으로 강제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 분리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교장, 담임, 상담교사가 일치된 의견을 갖고, 정신건강 전문가가 이와 동일한 견해를 갖는 경우, 학부모와 협의하여, 의무교육단계의 학생들에게 치료적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권위적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법적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
부조리한 교육현실로 인해 삶을 마감하신 교사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위에서 언급한 입법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안아서 신속하게 입법에 나서기를 다시한번 촉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와 같은 법과 제도의 정비는 교사의 교육권을 바로 세우고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시작점일 뿐 법과 제도 자체로 교육현장에서의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교육계 종사자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전국 시도교육감은 제교원단체와의 만남을 제안한다. 빠른 시일 안에 자리를 마련하여 초중등 교육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들과 일선의 현장 교사 대표들이 만나서 현재의 교육현실을 타개해나갈 지혜를 모아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한민국은 '교육입국(敎育立國)'의 나라이다. 교육으로 나라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그 교육의 중심엔 교사가 있다. 교사의 권위가 바로 서지 않으면 교육이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질 수도 있다. 따라서 교육활동에서 교사의 권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교사의 권위가 시나브로 형해화되어 갈 때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이를 감지하여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깊이 성찰한다. 전국의 시도교육감들은 ‘교사가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지 못했다’는 교사들의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교사가 도움을 손길을 요청할 때 누구보다도 든든하게 가장 가까이에서 교사의 울타리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교사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현재의 교육위기를 극복하여 나아가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로 세울 것을 다짐한다.
교육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교육계뿐 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 그리고 전사회적인 동참과 관심을 촉구한다.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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