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너무 추워요"…'NO 20대존 카페'까지 등장한 사연 [현장+]
"카페 시원해서"…업주 속사정은
"업주와 손님 사이 존중, 배려 필요"
"요즘 '카공'하려면 긴팔 카디건 하나 챙겨가는 게 필수가 됐어요"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자처한 취업준비생 이모 씨(24)는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져서 카페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늘었다"면서도 "오래 있다 보면 매장 내부가 너무 춥게 느껴져서 오래는 못 있겠고, 그렇다고 온도를 높여달라고 하기에도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얼마 전 '커피 1잔에 9시간 머문 학생' 등 논란으로 인해 카공족에 대해 불만이 터져나온 가운데, 연일 이어진 찜통더위를 피해 몰려든 '카공족' 대처법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재점화되고 있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카페를 찾아 장시간 머무는 이들이 늘어나 매장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업주들 사이에서는 "카공족을 내쫓기 위해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춰서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지난 7일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카페에 새롭게 나타난 No.20대존'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20대 대학생 또는 직장인의 출입을 금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올라왔다. 이에 한 자영업자는 "카공족 때문인가"라고 공감을 보냈다.
낮 기온이 한때 35도까지 올라갈 만큼 뜨거웠던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인근의 카페들은 대부분 에어컨을 22~23.5도로 맞춰놓은 채 영업 중이었다. 이 중 한 카페는 실내 온도가 19.9도로 낮아 10분만 머물러도 금세 추위가 느껴졌다. 이런 탓에 장시간 머무는 손님 중 일부는 셔츠와 카디건 등을 걸치고 있었다.
이날 찾은 신촌 카페 곳곳에서는 '카공족'들이 가득 들어선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진학사 캐치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이들) 1989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 장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취업준비생 63%가 카페에서 공부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카페는 도서관보다 취준생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다. 카페마다 '에어컨 바람이 적당한 자리', '콘센트가 자리 밑에 바로 있는 자리', '기댈 수 있는 등받이가 있는 자리' 등은 카공족들 사이에서도 '인기 좌석'으로 여겨지는 곳은 대부분 만석이었다.
하지만 일부 손님들 사이에서는 "매장이 너무 추워서 오래 머물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20대 직장인 이모 씨(24)는 "카페에 작업할 일이 있어서 오래 있으려 했는데, 에어컨이 너무 세서 결국 몇시간 못 있고 나왔다"며 "가끔 카페에서 오래 있을 때면 사장님이 일부러 에어컨을 세게 트시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춥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0)도 "카페가 공부가 잘되는 편이고 더워서 자주 가는데 카페가 너무 추워서 긴 셔츠를 챙겨갈 정도"라며 "온도를 낮춰달라고 말하기에도 눈치 보여서 적당히 하다 나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손님들의 반응에 한 카페 사장은 "업주 입장에선 전기세만 더 나가는 건데, 오죽하면 카페 온도를 더 낮추는 방법을 쓰겠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근은 다른 카페 사장도 "매장이 2개층인데 주문을 안 하고 직원의 눈을 피해 2층에서 할 일을 하다 가시는 손님도 봤다"며 "온종일 이곳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밥 먹고 오는 학생들도 종종 있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카공족 없애기'를 위해 '실내 온도 낮게 만들기' 이외에도 '2시간 제한', '콘센트 막아두기'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공족과 관련해서는 업주와 손님, 서로 간의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 문제다"라며 "커피 한 잔을 시키면 그 정도에 딱 합당한 서비스를 누리고 가면 되는 것이지, 소비자들은 '그보다 더 과하게 누리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본인이 지불하는 돈에 비해 과다한 이득을 누리는 것은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주들도 카페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이 민폐를 부리거나 영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추는 등 극단적 방법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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