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앰버서더 박서준 '거부남' 만든 샤넬, 취재 공지는 어려웠나
조연경 기자 2023. 8. 8. 19:45
누구에게도 득 된 것 없는 '오지랖 공지'가 됐다. 미숙한 행사 진행이 불러온 나비 효과다.
배우 박서준이 연일 태도 논란의 후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무대인사 머리띠' 사태에 이어 지난 달 열린 샤넬 행사 '하트 거부'에 대한 전말도 뒤늦게 주목 받고 있다. '오해'가 불러 일으킨 태도 논란에 대한 갑론을박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박서준은 7일 자신의 팬카페에 장문의 글을 남겨 혹여나 상처 받았을 팬들을 다독이며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는 속내와 함께 상세한 해명을 적시했다.
그 중 지난 달 27일 능동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하이 주얼리 컬렉션 트위드 드 샤넬 론칭 행사에서 박서준은 '하트 포즈'를 요청하는 사진 기자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미소만 살짝 지은 채 흡사 마네킹 같은 포즈를 취한 후 포토콜을 떠났다. 당시 박서준의 절친 박형식을 비롯해 몇몇 참석자들은 하트를 거부, 또 다른 참석자들은 다양한 하트로 상큼한 분위기의 사진을 남겼다. 이에 하트 포즈를 취하지 않은 스타들은 '하트가 뭐라고 요청을 거부하고 무시하냐'는 뉘앙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내막에는 샤넬 측의 사전 공지가 있었다. 박서준은 사진 촬영 시 요구되는 다양한 포즈들에 대해 '팬 분들에게는 마음이 많이 열려 그런 요청이 덜 부끄럽고 '잘 해야지' 마음을 먹는데 공식 석상에서는 솔직히 어렵다. 눈 꾹 감고 하면 되는데 잘 안 되는 게 쉽지 않다'며 '(샤넬 행사 날은) 브랜드 쪽에서도 '하트 요청은 지양해 달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을 지키려고 했을 뿐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CBS노컷뉴스 측은 8일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샤넬 측이 포토콜 참석자들에게 '시크하고 내추럴한 포즈'를 부탁하며 '손하트, 볼하트, 브이 등의 포즈는 진행이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JTBC엔터뉴스가 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몇몇 스타들의 소속사 측에 추가 확인한 결과, 이는 모든 스타들에게 똑같이 전달 된 공문이었다. 패착은 샤넬 측이 참석자들에게만 전달했을 뿐, 정작 취재진들에게는 전혀 고지하지 않아 가뜩이나 정신없는 현장에서 소통 오류를 발생하게 만들었다는 것.
한 관계자는 JTBC엔터뉴스에 "샤넬 측이 보낸 최초 공문에 해당 내용들이 있었던 건 맞다. 다만 현장에 도착해 안내를 받을 땐 '기자 분들의 요청에 따라 자유롭게 포즈를 취해 주시면 된다'고 해 아티스트가 그 이야기를 따른 것으로 안다"며 "앞 순서에 어떤 일들을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이는 냉각돼 가는 분위기 속 사진 기자들의 쏟아진 문의와 요청에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바뀐 주문으로 파악된다.
현장 취재에 나선 사진 기자들에 따르면 샤넬 측은 사전 취재 요청 공문에도, 당일 현장에서도 취재진들에게는 관련 된 어떠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형식이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는 말을 꺼내면서 취재진들이 '무슨 전달?'이라는 의문을 보였고 소속사에 역으로 문의까지 넣었다는 후문이다. 애초부터 양 측에 같은 내용이 함께 전달 됐다면 서로 오해를 살 일도 없었을 터. 아니면 뒤늦게 현장에서라도 '참석자들은 이렇게 알고 있다'고 공유했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했을 상황이다.
하지만 샤넬 측은 오히려 본인들의 안내 사항을 번복했고, 자신들의 뷰티 앰버서더를 일명 '하트 거부남'으로 비춰지게 만들었다. 원했던 결과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박형식의 말이 들릴 정도로 입장 전달이 가능한 거리였다면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는 것이 아닌, '브랜드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전하거나, 이 또한 여러 이유로 여의치 않았다면 찰나의 표정이나 눈짓으로 센스 있게 대처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아티스트들에 대한 아쉬움은 2순위, 1순위는 단연 샤넬 측의 의아한 진행 방식이다.
실제 박서준은 지난 1월 샤넬 조향 마스터클래스 이벤트 포토월 행사, 3월 샤넬 2023 FW 패션쇼 참석차 파리로 출국할 땐 야무지게 하트 포즈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행사에서는 브랜드 앰버서더로서 브랜드 측의 요청을 들어줬을 뿐인데 고고한 모델이 됐고, 글을 통한 해명은 일순간 하트 포즈를 취한 다른 스타들이 브랜드 측의 요청에 반한 듯 보이게 만들었다. 샤넬 이슈만 놓고 봤을 땐 박서준 입장에서 꽤나 답답해 할 만 하다.
번외로 사실 취재진들이라고 하트에 미쳐서, 하트 포즈를 찍지 않으면 죽을 사람들처럼 주야장천 하트 포즈만 요청하는 건 아니다. 짧은 포토콜에서 선보일 수 있는 포즈에 한계가 있을 뿐더러, 스타들이 어떤 포즈까지 허용해줄지 알 수 없기에 나름의 예의를 지키면서 그나마 적당히 밝아 보이고 또 어렵지 않은 하트 포즈 요청이 공식화 됐다. 행사 분위기와 상관 없이 너무 많이 통용되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다면 더 멋져 보일 수 있는 포즈를 서로 함께 고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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