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륙 관통하는 태풍, 더 이상 ‘관재·뒷북’ 소리 없어야
북상 중인 태풍 ‘카눈’이 10일 한반도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됐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경남 통영 부근 남해안에 상륙한 뒤 북진해 중부·수도권 일대를 거쳐 11일 새벽 북한 쪽으로 넘어간다. 내륙을 훑고 지나갈 때 태풍 강도는 ‘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9일부터 11일까지 한반도 전역을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두는 최악의 경로가 아닐 수 없다. 강도 ‘강’은 열차를 탈선시킬 정도의 폭풍을 동반하는 태풍을 말한다. 초속 35~40m 강풍과 더불어 최대 600㎜의 폭우가 예고돼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피해를 최소화할 선제 조치와 총력 대응이 절실하다.
태풍 중심부가 내륙을 수직 관통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에 내륙을 통과한 태풍이 2020년 ‘하이선’인데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며 영남 지방에 큰 피해를 냈을 뿐이다. 카눈은 하이선보다 내륙 쪽으로 한참 들어와 전국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훨씬 더 위력적이다. 태풍이 서울 인근과 경기 동부를 지날 것으로 예상돼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도시의 폭우·강풍 피해도 걱정된다. 농경지 수해·산사태뿐 아니라 낙과·바다 양식 등의 생업 피해, 도시기반 시설과 산업현장 피해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부는 예방부터 피난·응급대처·지원까지 재난관리 체계에 한 치의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전날 새만금 잼버리 조기 철수를 결정한 뒤 이날 태풍 위기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높이고 비상 대응에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들에 피해 우려 취약지의 긴급 전수 점검과 안전 조치를 지시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과도할 정도로 대응하라는 정부 원칙과 지시는 이번에도 다시 반복됐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무너지고 대응 시스템이 먹통이 됐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지난해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태풍 힌남노의 비극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올해도 수해·폭염 재난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재난 대책은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지난달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재난당국의 총체적인 무능과 안일한 대처를 드러냈다. 신고를 받아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사고가 날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려도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은 탓에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됐다. 아무도 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은 정부의 재난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사태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 이번 태풍에는 ‘예견된 인재(人災), 관재(官災)’라거나 ‘뒷북 대응’했다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과도할 정도로’ 비상한 각오로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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