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젖으니 성능 뚝… 엉터리 ‘해군 방탄복’

감사원, 방탄물품 실태 감사
‘해수 침투 저항’ 시험기준 미비
물에 노출 3시간 만 관통률 70%↑
내구성 확인 육안검사에만 의존
20년 된 부력방탄복 작전에 활용
내피에 구멍… 방수기능 훼손도
감사원, 부당 행위자에 징계 요구

해군·해병대원에게 지급되는 방탄복이 바닷물에 들어가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 바닷물에 노출된 지 3시간 만에 사격 관통 확률이 70%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 성능시험 없이 육안검사로만 교체 필요성을 판단하는 탓에 보급된 지 20년이 지난 방탄복이 여전히 작전에 쓰이고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방탄물품 획득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각 군 특성을 고려해 일반 장병에게는 ‘방탄복 Ⅰ형’, 대테러 등 특수임무 수행 장병에겐 ‘방탄복 Ⅲ형’, 함정 근무 장병에게는 ‘부력방탄복’을 보급하고 있다.

해군과 해병대원에게 주는 방탄복 Ⅰ형의 경우 담수 방수 기능만 있고 해수에 젖는 경우 성능 영향 여부를 시험하는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해상·상륙 작전으로 해수에 상시 노출되는 해군, 해병대의 방탄복 Ⅰ형은 해수 방수 기준을 포함해 구매요구서를 작성해야 하나 관련 기준이 미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부력방탄복의 경우 20년도 전인 2001년 관련 국방 규격이 제정된 이후 파편탄 방호 기준이 개선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초속 470m’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탄복 Ⅰ형은 2011년 파편탄 방호기준이 초속 560m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실제 감사원이 부력방탄복의 파편탄 방호 성능을 점검한 결과 방탄복 Ⅰ형의 파편탄 방호 기준에 못 미쳤다. 방탄복 Ⅰ형 대비 성능이 30% 정도 낮았다.

또 국방부는 각 군에 방탄물자를 보급한 뒤 방탄 성능 유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육안검사만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내용연수에 근접하거나 초과한 방탄물자를 무작위로 회수해 조사한 결과 보급된 지 20년이 지난 부력방탄복이 여전히 작전에 활용되거나, 내피에 구멍이 생겨 방탄재의 방수 기능이 훼손된 방탄복 Ⅰ형이 해병대 예하부대에서 사용되고 있는 사례가 확인됐다.

국방부가 설정한 방탄물자 내용연수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다. 방탄물자 소재나 군 운영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물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달청 내용연수 고시 등을 근거로 방탄물자 내용연수를 9∼15년으로 설정한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방탄물자의 주된 소재인 폴리에틸렌은 열에 약하고 쉽게 변형되는 특성이 있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이 2021년 경량방탄헬멧을 구매하면서 선납품·후검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이를 승인하고 완제품 품질검사 결과를 허위 작성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는 육군본부가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단 걸 알면서도 예산 불용 방지 등을 위해 방사청에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이었다.

감사원은 “국방부 등에 해수 침투 저항에 요구되는 성능 기준과 파편탄 요구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며 “방탄물자 성능 시험을 실시하는 등 방탄물자의 방호 성능 유지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부당 행위자에 대해서는 징계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