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선동 탓 주장에 반노동적 망언 비판…SBS A&T 조직개편 갈등 확산
SBS 노조 "정당한 조합 활동 선동으로 몰아가는 반노동 행태" 비판
"A&T 후진적 문화, SBS에도 적용되나?" SBS 내부에도 우려 목소리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SBS A&T 사측이 일방적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노조의 설문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노조의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조직 개편 직후부터 반대 투쟁을 지속하고 있지만, 사측은 고유의 인사권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본사인 SBS 내부에서도 '자회사의 후진적 문화가 본사에도 적용되는 거 아닐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지난 7일 발간한 노보에 따르면, 1일 노사 1차 교섭 자리에 나온 이동희 SBS A&T 사장은 기구개편은 경영행위이자 인사권에 해당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측은 조합원의 92%가 기구 개편에 반대 입장을 밝힌 노조의 설문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측은 설문 결과가 노조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정당한 조합 활동을 선동으로 몰아가는 반 노동적 행태이자,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조합원을 무시하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SBS A&T 사측은 6월30일 보도영상본부를 없애고, 방송제작본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보도영상본부 중 보도와 관련된 역할을 해왔던 세 팀과 예능·드라마를 제작하던 '기술영상본부' 등은 '방송제작본부'에 합쳐졌다. 사측은 노조, 구성원들과 어떠한 소통도 없이 조직을 개편한 후 일방 통보했다. 보도영상본부가 사라지면서 단협에 명시된 보도영상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중간평가와 긴급평가도 대안 없이 사라졌다. 이동희 사장은 개편 직후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 조직 구축”, “제작경쟁력 강화” 등을 개편 이유로 밝혔다.
사측이 노조의 교섭 요구를 두 차례 거부한 후 진행된 1차 교섭에서, 노조는 A&T 비상대책위원들의 승인을 거쳐 작성된 '노사 특별 합의문'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업무 변경 시 당사자 동의 필요 △임금삭감, 인위적 인력감축 금지 △공정방송 최고책임자 평가를 위한 새로운 대상자 선정 △현장 혼선 해소를 위한 노사 협의체 신설 등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사측은 “특별합의문은 인사·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공정방송 최고책임자에 대한 평가제 도입에 대해서만 협의 의사를 밝혔다.
노사는 '고유의 업무 유지'와 '업무 변경에 대한 당사자 동의' 부분에 대해 입장을 달리했다. 사측은 지난달 13일 입장문에서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지금 하는 업무와 다른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언급하며 “고유의 업무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구성원들에게 알린 바 있다. 하지만 교섭 자리에서 사측은 '고유의 업무'를 '직종'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될 경우, 변경된 팀 체제 안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조건으로 '직군'과 '직무'의 변경 조치가 가능해진다. 가령, 영상제작팀으로 통합된 기존 영상제작1팀(스튜디오 촬영)과 2팀(야외 촬영) 구성원들의 경우, 사측이 당사자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두 가지 업무 병행을 요구받을 수 있게 된다. 노조는 업무변경에 대한 최소한의 조건이 될 '당사자 동의'에 대해 합의문 형태로 확약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
노조는 “교섭을 마친 후 노조가 다시 한 번 특별합의문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며 발송한 공문에도, 사측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측이 거부 의사를 반복하면서 향후에도 협상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유효한지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생겼다”며 “앞서 교섭이 열리기 전 비대위는 사측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 단체행동 준비에 나선다고 결의한 바 있다. 사측은 노조와 단체협약을 무시하며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노동권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A&T 후진적 문화, SBS에도 적용되나” SBS 내부에도 우려 목소리
정형택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올해 2분기 SBS 노사협의회에서도 A&T 기구개편을 언급했다. 노측에서는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 류란 공정방송실천위원장, 이기현 사무처장, 사측에서는 박정훈 사장, 민인식 경영본부장, 박기홍 시사교양본부장, 남상석 미디어비즈니스센터장, 백정렬 콘텐츠전략본부장, 최영인 예능본부장, 전문수 라디오센터장, 조정 보도본부장, 고철종 대외협력실장이 참여했다.
노보에 따르면, 정 본부장은 “(이번 A&T 기구개편에 대해) 구성원의 90%가 반대하고 있고, 노조는 패싱 당했고, 단협 위반 소지까지 곳곳에서 보인다. 기구개편의 당초 목적이 무엇이었든 회사에 대한 애사심, 내 일에 대한 프로 의식, 사명감, 자발적 참여 의지 등 모든 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설사 목적이 좋았더라도 달성될 수 있을지 의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 얘기를 왜 본사 노사협의회에서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장 원치 않는 업무변경과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는 상황 때문에 콘텐츠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본사 구성원들은 '자회사의 저런 후진적 문화가 본사에도 적용되는 거 아닐까', '우리도 부품처럼 언제든 끼워 맞추고 조립하면 그대로 일해야 하는 건가'라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자회사의 문제라고 한발 물러서지 말고 적극적인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한 본사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사측은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SBS 사측은 상반기 경영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지만 세 자릿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비상경영의 가능성을 묻는 SBS 노측 질문에 대해선 계획에 없으며, 제작비 통제 대신 자회사 관련 효율 조정 등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A&T 용역비 삭감 여부에 대해선 계약으로 맺어있는 만큼 논의 자체가 이뤄진 적 없다고 답했다.
현재 진행 중인 예능본부 분사와 전적에 대한 안건도 다뤄졌다. 사측은 12월 1일, 혹은 내년 1월 1일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인력과 기구 조직 확정 및 인센티브 등을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조건 후퇴 방지와 SBS 복귀조건 등 조합원 보호를 위해 노조가 요구한 노사 특별합의 체결에 대해선, 과거 드라마본부 분사(스튜디오S) 때와 마찬가지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가 깡패라고 하면 깡패야라고 하는 것 같다" MBC 대주주 방문진 격렬 반발 - 미디어오늘
- 윤석열 정권 타깃 '언론재단 이사장 해임' 사태에 내부 분노 들끓어 - 미디어오늘
- ‘묻지마 범죄’는 없다, 잔혹범죄 막으려면 용어사용부터 신중하라 - 미디어오늘
- ‘청와대 출신 의원들 만찬 소집’ 조선일보 보도에 “둔갑됐다” 반발 - 미디어오늘
- 이동관, ‘MB정부 언론자유’ 질문에 “답하려고 온 거 아냐” - 미디어오늘
- ‘더탐사’ 경영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 송치 - 미디어오늘
- ‘보조금으로 尹퇴진운동’ 지목 단체, 대통령실 고소 이어 언론에도 법적대응 - 미디어오늘
- 연합뉴스지부, 경영진 중간평가에 "보도 신뢰도와 공정성까지 악화" 비판 - 미디어오늘
- 출범 KBS '같이노조' "좌우 진영 편향된 구도 벗어날 것" - 미디어오늘
- 언론소송 손해배상 인용액, 또 낮아져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