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족에 떠넘긴 정신질환 관리, 국가 책임 높일 때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망상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에서 버젓이 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공격한 남성도 정신질환자였다. 이들은 조현성 인격장애나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지만 치료 중단 후 망상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자가 일으키는 범죄는 언제든 또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전 국민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것도 만시지탄일 따름이다.
문제는 정신질환자가 중증이 되면 가족에게 맡긴 돌봄 부담이 극대화되는 걸 넘어 범죄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데 있다.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잊을 만하면 되풀이된다. 2019년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범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였다. 2018년 목숨을 잃은 임세원 교수도 정신질환자에 의해 희생됐다. 환자의 가족이 위험에 처하는 일도 빈번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존속살해 46건 중 12건이 정신질환자 범죄였다. 정부는 안인득 사건 직후 대책을 내놓았지만 턱없이 미흡했다.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일은 오롯이 가족의 몫으로 남았다. 이렇다 보니 환자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법무부는 지난 4일 의료계가 주장해 온 ‘사법입원제’ 도입을 꺼내들었다. 사법입원제는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때 준사법기관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미국 대부분 주와 독일·프랑스 등에서 법원 심사 형태로 운영된다. 국내에서 강제 입원은 직계혈족과 배우자 등 2명의 신청자가 있어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지난 6일 사법입원제 도입을 공식 의견으로 채택했다. 이 정책은 사회 전체가 전향적으로 접근하되, 통제 강화가 정신질환자 인권침해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종합적이고 실효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누구나 정신질환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중증·응급 정신의료를 필수의료에 포함시키고, 퇴원 후에도 지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다. 대통령실은 오는 9월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지금도 늦었다. 정신질환자들이 도움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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