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혐오' 본색 드러낸 영국...난민 신청자를 '바지선'에서 재운다

신은별 2023. 8. 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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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 정부가 7일(현지시간)부터 난민 신청자들을 '땅 위' 숙박업소가 아닌, '물 위' 바지선에 수용하기 시작했다.

BBC방송과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영국 난민 대기자들은 이날 정오부터 비비 스톡홀름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난민 신청자 숙소로 바지선을 쓰는 이유에 대해 영국 정부는 '과도한 비용 지출을 막으려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제난 등으로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이주민은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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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비 과다' 이유로 선박을 숙소로 활용
보수 정부 "불법 이민 강경 대응" 메시지
"바다서 죽을 뻔한 이들을 물 위로" 비판↑
7일 영국 남서부 도싯 지역 해안에 위치한 포틀랜드항에 정박한 '비비 스톡홀름' 바지선에 난민 신청자들이 오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 선박에 난민 신청자 500여 명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3~9개월간 머물게 된다. 도싯=AFP 연합뉴스

영국 보수당 정부가 7일(현지시간)부터 난민 신청자들을 '땅 위' 숙박업소가 아닌, '물 위' 바지선에 수용하기 시작했다. 난민 심사를 기다리는 이주민들의 숙소로 활용하기 위해 '비비 스톡홀름'이라는 이름의 선박까지 빌렸다. 아프리카나 중동 등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에 도착한 이주민들이 부쩍 늘어나자, 대내외에 '불법 이민 엄단'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반인권적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선박 체류가 안전하지 않은 데다, 목숨을 걸고 망망대해를 건넌 이들을 다시 배에 태우는 건 '이주민에 대한 영국의 혐오'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222개 선실→'500명 숙소' 개조… 최대 9개월 체류

BBC방송과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영국 난민 대기자들은 이날 정오부터 비비 스톡홀름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 바지선은 3주 전부터 영국 남서부 도싯 지역 포틀랜드항, 즉 영불해협 해안에 정박해 있었다.

비비 스톡홀름은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좁은 복도를 따라 222개 선실이 늘어서 있는 구조다. 각 방마다 2층 침대를 둬 수용 인원을 500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공간이 비좁아 장기간 머물기엔 부적합하다. 정부도 "기능적이고 기본적인 숙박 시설"이라고 인정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건강 등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성인 남성(18~65세)만 3~9개월 수용할 계획이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가 7일 공개한 난민 신청자 숙소용 선박 '비비 스톡홀름'의 내부 모습. 인디펜던트 홈페이지 캡처

"숙박비 감당 불가" 명분… '이주민 강경대응' 메시지

난민 신청자 숙소로 바지선을 쓰는 이유에 대해 영국 정부는 '과도한 비용 지출을 막으려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5만여 명을 육지의 일반 숙소에 묵게 할 경우, "하루 숙박비로 600만 파운드(약 100억6,302만 원)가 든다"는 게 정부 발표다. 하지만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진 않다는 게 중론이다. 비비 스톡홀름에 500명 정원을 꽉 채운다 해도 전체의 1%에 못 미친다. 바지선 대여, 접안 등에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비비 스톡홀름 일일 운용비를 2만 파운드(약 3,358만 원)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불법 이민에 강경 대처하고 있다는 걸 보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경제난 등으로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이주민은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지난해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 땅을 밟은 이주민은 4만5,755명으로, 전년(2만8,526명)보다 크게 늘었다. 2018년 집계 이래 최고치다. 그러나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 망명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난민 수용을 줄이려는 구상도 차질을 빚자, 정부가 이를 만회하려 '전시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7일 영국 남서부 도싯 지역 해안에 위치한 포틀랜드항에 정박한 비비 스톡홀름에 난민 신청자들이 탑승하기 전, 인근에서 경찰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도싯=AP 연합뉴스

"수상감옥" "불나면 어쩌나" 비판… 탑승심사도 '삐걱'

인권진영에서는 '비상식적·비인간적 조치'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난민지원단체 케어포칼레의 스티브 스미스 최고경영자는 "각종 고문 등에서 살아남은 장애인, 바다에서 죽을 뻔한 사람들을 '사실상 수상감옥'에 집어 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도 "정부가 사람을 '보관 대상'으로 취급한다"고 일갈했다.

안전 및 건강상 우려도 상당하다. 영국 소방관노동조합인 소방대연합은 "복도가 좁고 출입구 수가 적은데 수용 인원은 많다.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대피가 힘들고, 압사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제니 헤리스 보건안전국 최고책임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경험했듯이, 밀폐 환경에서 호흡기 감염 문제는 더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바지선 수용 첫날부터 잡음도 나왔다. 탑승이 예정됐던 약 20명은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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