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에이전트 [최영순의 신직업 101]

2023. 8. 8. 1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사회변화, 기술발전 등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직업을 소개합니다. 직업은 시대상의 거울인 만큼 새로운 직업을 통해 우리 삶의 변화도 가늠해 보길 기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내 일기가 책으로 출간된다고?

흔히 예술가들이 창작의 고통을 이겨낸다는 점에서 그들이 완성하는 작품은 허투루 가볍게 소비될 수 없다.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순탄치 않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지 어떨지 확신할 수 없으며 사후(死後) 수년, 혹은 수백 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주목을 받게 되는 예술가도 부지기수다. 예술가로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 사이에서 타협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누구나 갈 수 없는 예술가의 여정을 아는 사람들은 본인의 재능을 과소평가하며 설령 예술과 창작의 본능이 꿈틀거린다 하더라도 쉽게, 아무나 뛰어들지 못한다. 작가로 등단을 하는 과정도, 콩쿠르에 입상하여 연주자로 인정받는 것도, 음반을 내며 데뷔하는 꿈을 이루는 것도, 전시회를 열고 정식으로 화가의 대열에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창작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쳐 아마추어 예술가들에게 용기와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프로 창작자 혹은 예술가로서 꿈을 펼치도록 돕는다. 내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나의 일기가 수필집이 되어 출간되거나 만화가가 꿈이었던 어린 시절의 희망이 웹툰으로 업로드되거나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음악이 음원이 되어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연예인처럼 관리받는 크리에이터 증가

취미와 창작이 만나 개인 콘텐츠가 다수와 공유되는 그 중심에는 유튜브(YouTube)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하였으나 사람들의 '구독' 버튼이 올라가면서 어느새 전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구독자 수가 많다는 것은 콘텐츠 기획, 제작, 편집에도 공을 들여야 함을 의미하며 더욱이 온전히 내 생계를 위한 수입의 전부를 차지하게 되는 순간 아무리 콘텐츠에 해박하다 하더라도 콘텐츠 그 이상의 너머에 있는 이를테면 광고계약, 수익배분, 홍보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런 것들이 잘 반영되어야 내 콘텐츠가 더 풍성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띠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활동하는 상당수의 크리에이터들이 소위 MCN(Multi-Channel Networks) 회사를 통해 연예인의 매니지먼트 업체처럼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관리하고 지원받는다. 물론 수익도 배분한다. 10여 년 전 다이아티비(DIA TV)를 시작으로 국내에는 샌드박스, 트레져헌터 등 크고 작은 MCN 회사들이 등장하였고 창작자 에이전트들이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을 돕고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한다.

원석에서 보석으로 다듬는 창작자 에이전트

유튜브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개인 창작물을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 스토리테크 등이 다양해지고 있고 웹소설, 웹툰, 음원, 그림 등 장르도 다양하다. 창작자 에이전트는 재능을 가진 창작자 혹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저작권 관리에서부터 창작물의 유통, 거래, 여러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또 다른 부가가치와 연계하며 창작자들을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이들은 창작자 전문 에이전트업체 혹은 대형플랫폼 관련 업체에 소속되어 근무하며 장르별로 담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웹툰 등에 특화된 신진 에이전트도 활발하다.

창작자 에이전트는 새로운 콘텐츠나 창작물에 대한 관심, 그리고 사람들의 기호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정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지적재산권 등 창작을 둘러싼 법률지식도 요구된다. 최근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학습된 데이터,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AI의 고도화는 예술과 기술의 공생이라는 숙제를 안겨줄 것이고 창작자 에이전트 경계를 특정 지을 수 없는 창작물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