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제 축소, 누굴 위한 건가"... 민주당, 혁신안 두고 일촉즉발
노인 폄하 논란 '이재명 친위대' 불신 폭발
오는 10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의 대의원제 비중 축소를 골자로 하는 내용의 혁신안 발표를 앞두고 당내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인 폄하' 등의 논란을 자초한 김은경 혁신위가 신뢰를 얻지 못한 데다, 혁신안 내용도 개딸 등 강성 당원의 입김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알려지면서 비이재명계의 불만이 분출하면서다. 국민 눈높이가 아닌 강성 지지층 눈높이에 맞춘 혁신안이 사실상 이재명 대표를 위한 게 아니냐는 비명계의 의구심이 팽배하다.
비명계 "특정인 지키기 위한 혁신위인가"
민주당 혁신위는 7일 늦은 밤까지 회의를 벌인 끝에 대의원제 개편안 발표를 당초 8일에서 10일로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8일 "설문조사 결과를 최종 확인하고 혁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논의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지난 2일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대의원제 등 혁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혁신위가 각 의원실에 공지한 설문조사 답변 제출 기한이 8일이라는 점에서 조사 결과를 취합하지도 않고 혁신안을 발표하는 '절차적 문제'로 제동이 걸린 셈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8일까지 설문 제출 마감이라 해놓고, 같은 날 혁신안을 발표한다면 의원들한테 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냐"며 "사실상 형식적으로 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홍영표, 이원욱, 윤영찬 등 비명계 의원들이 7일 일제히 혁신위를 겨냥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혁신안 발표 연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김은경 혁신위는 명백한 실패"라며 "당에 혼란과 문제만 일으키고 있는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대의원이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당연히 혁신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핵심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을 위한 혁신위인지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혁신위인지 묻고 싶다"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혁신위는 남에게 혁신을 요구하기 전에 본인들부터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간판을 내려야 한다"며 혁신위 해체를 촉구했다.
혁신위 '대의원제 손질' 예고... 계파갈등 고조
혁신위는 이 같은 비명계 반발에도 대의원 권한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약 114만 명에 달하는 권리당원의 14%에 불과한 대의원(1만6,000명)이 더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구조가 비민주적이라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의원제 축소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 등으로 상처를 입은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비명계는 대의원제 축소가 당내 선거에 나서는 이들의 관심사일 뿐, 민심을 얻어야 하는 총선을 앞두고 추진할 혁신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호남 당원이 많은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쏠릴 수 있는 당심을 보정하는 장치라는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혁신위가 대의원제 축소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원내 지지기반이 약한 이 대표의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이후 입당한 권리당원들이 급증한 만큼, 대의원 권한을 줄이는 대신 권리당원 권한을 늘리는 것이 이 대표를 포함한 친이재명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전날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에 대해 뒤늦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위원장 거취엔 침묵한 것을 두고도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대표가 그만두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대의원제 폐지 문제를 지금 거론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의원제 축소나 폐지를 담은 혁신안이 '포스트 이재명'까지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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