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 목숨 끊어…법원 “사망보험금 지급하라”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의 유족에게 보험사가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판사 윤성헌)은 지난 4월 성남시 콜센터 상담사 A 씨의 유족이 낸 보험금 소송에서 "보험사가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법원은 "망인은 업무 배제, 징계위원회 회부, 해고 처분 등으로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그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됐다"면서 "정신적 억제력과 현실 판단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고의에 의한 사망 중 예외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의 자해 행위'는 보험계약상 자살 면책조항의 예외 사유로 인정되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와 거의 일치한다"며 A 씨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사망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져 자살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보험금을 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법원은 그러면서 "A 씨가 보험계약을 의식하고 부당한 목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2018년부터 성남시 콜센터에서 근무한 A 씨는 이듬해 12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A 씨는 근무 당시 관리자로부터 과도한 질책과 폭언에 시달렸고, 휴직 후 복직하는 과정에서 업무 배제를 당하거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해고 처분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21년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했습니다.

이후 유족은 A 씨가 생전에 가입한 보험계약의 재해사망특약에 따라 1억 원의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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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