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넘어 전국으로 퍼진 'K-잼버리'…"한국 체험 기대돼요"
피곤하지만 '밝은 미소'…한국문화 체험하며 남은 기간 소화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떠난 전 세계 156개국 3만70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전국 각지로 이동해 'K-잼버리' 활동을 이어간다.
대원들은 새만금을 넘어 전국에서 세계연맹이 준비한 자체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한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며 'K-잼버리'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 잼버리 활동이 새만금에서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8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각지로 출발한 버스는 822대, 인원은 약 3만2880명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순차적으로 출발해 약 9시간 만에 전체의 82%에 달하는 대원들이 새만금 영지를 떠난 셈이다.
전국 각지에 속속 도착한 대원들은 'K-잼버리'로 확대된 이번 행사에 "한국 문화 체험이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 "일찍 끝나 아쉽지만 한국 구경 기대된다"
이날 오후 4시20분쯤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서강대학교 국제기숙사 앞에 도착한 스위스 대원 30여명은 분주히 버스에서 짐들을 내리기 시작했다. 다들 얼굴은 벌겋게 익어 있었지만 서로의 짐을 옮겨주고 왁자지껄 떠들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후 1시쯤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기숙사 앞은 스위스 대원 약 250명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45분 후 모습을 드러낸 버스 1대에서 내린 45명의 대원들은 저마다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원한 강당에서 약 30분간의 설명회를 마치고 기숙사로 들어가는 대원들의 모습들은 다소 지쳐 보였지만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구슬땀을 흘리며 가파른 기숙사 길을 올라가던 중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던 대원의 가방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대신 들어주며 이동을 돕기도 했다. 대원들은 남은 시간 숙소에서 자유시간을 갖고 간식 등을 섭취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에는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 800명이 청와대를 찾아 곳곳을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청와대 본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도 구경하고 정동극장 예술단의 공연도 즐겼다.
서울의 경우 서강대와 명지대를 포함해 13개 숙박시설에 9개국 3210명의 대원과 관계자가 이날부터 잼버리 폐영일인 12일까지 체류한다.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대원들이 몰린 경기도도 이날 '손님 맞이'에 분주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경기대 기숙사에 도착한 잼버리 대원들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경기대 기숙사로 들어오는 대원들은 독일 1000명, 필리핀 40명이다. 앞서 이날 오전 1시30분 아이슬란드 139명이 미리 도착했다. 이날 아이슬란드 대원들을 포함해 독일, 필리핀 대원들은 별다른 일정없이 경기대 기숙사에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1층 로비에 곳곳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제기차기로 시간을 보낸 대원들은 언제 폭염과 벌레에 시달렸냐는듯 활동적으로 변했다. 1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기타를 치며 달달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입소 절차를 밟은 대원들은 1~2명씩 나눠 방 배정을 받고 남은 4박5일 일정을 소화한다.
이날 오전 일찌감치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기숙사를 찾은 잼버리 대원들은 "여러 나라 청소년들과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예상보다 일찍 끝나서 아쉬워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전시에 따르면 8~12일 5일간 브라질, 베트남 잼버리 참가자 1400명이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대덕대·대전과학기술대·대전보건대·우송정보대 기숙사 등 5곳에 머물 예정이다.
이날 대전과기대에는 30인승 버스 13대를 이용해 브라질 국적의 참가자 550여명이 입소했다. 낮 12시가 지나자 새만금을 떠나온 스카우트 단원들이 탄 버스가 하나둘 기숙사 앞에 들어섰다. 까맣게 탄 앳된 얼굴의 학생들은 버스에 탄 채 직원들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 스템프니악(17)은 “잼버리는 처음이었는데 슬라이딩을 타는 등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했다”며 “잼버리가 아쉽긴 하지만 남은 기간 한국을 구경하는 것도 기대된다”며 웃었다. 잼버리 참가자들은 대전에 머무는 동안 과학수도 대전 체험 등 지역 문화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 "잼버리 안정적 마무리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
인천도 이날 대원들 맞이에 분주했다. 이날 낮 12시57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연세대 송도 캠퍼스 기숙사에는 잼버리 조기철수 스카우트 대원들을 태운 첫 전세버스가 도착했다. 이 버스에는 참가국 중 에스토니아 국적의 스카우트 대원 38명이 탑승해 있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양 어깨에는 큰 배낭, 양 손에는 캠핑 도구를 가득 담은 커다란 가방을 든 채 하나둘씩 버스에서 내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에스토니아에 이어 1시간여 뒤인 오후 1시50분께 세르비아 대원을 태운 전세버스도 도착했다.
연수구 송도 국제도시 인천 글로벌 캠퍼스에 위치해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에는 가장 많은 인원이 배치됐다. 이곳에는 벨기에 국적 스카우트 대원 1231명을 포함해 19개국 대원 1803명이 머물게 된다.
이밖에 인천대 560명, 인하대 240명, 하나연수원 240명,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레지던스 홀 160명, SK무의연수원 110명, 인하공업전문대 86명,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59명이 각각 배치됐다. 인천에는 지난 6일 새만금에서 조기 퇴영해 인천 영종도에 머물고 있는 영국대원 1060명까지 총 4317명이 머물게 됐다.
전북대학교에는 920명의 대원들이 이날 입소했다. 전북대에 따르면 포르투갈 800명, 말레이시아 120명 등 총 920명의 청소년 대원들이 생활관에 입소할 예정이다. 이미 포르투갈 대원들 상당수는 입소를 마친 상태다.
대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폭염 등으로 지칠 법도 했지만 모두 환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학교 측에서 마련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는 피곤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비드 부다는 “천국에 온 것 같다. 기숙사 침실도 좋고 욕실이 있어 더 좋다”면서 “전북대 덕분에 잼버리 행사를 더 좋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여기에 머무는 동안 전주와 전북대에서 유명한 전통 문화나 한옥시설을 체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달레나 미란다는 “잼버리 일정을 끝까지 마무리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교정이 아름다운 전북대학교에 막상 도착하니 기분이 좋아졌다”면서 “포르투갈에서는 하지 못하는 활동들을 하고 싶다. 한국문화를 좀 더 즐겨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잼버리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면서 “한국과 우리 전북지역을 찾은 세계의 많은 청소년들이 의미 있는 활동으로 더욱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원들이 체류하는 비상숙소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128곳에 마련됐다. 경기도가 64개 숙소(88개국, 1만3568명)로 가장 많다.
각 지역별로 △서울 13개 숙소(8개국, 3133명) △인천 8개 숙소(27개국, 3257명) △대전 6개 숙소(2개국, 1355명) △세종 3개 숙소(2개국, 716명) △충북 7개 숙소(3개국, 2710명) △충남 18개 숙소(18개국, 6274명) △전북 5개 숙소(10개국, 5541명)이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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