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박테리아에도 생체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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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후텁지근한 열대야에 잠을 설치곤 한다.
생체시계는 호르몬, 체온, 혈압 같은 생리변화를 하루 24시간 주기로 일으켜 우리 몸을 조절한다.
일찌감치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의 일주기성 생체시계 유전자들이 자세히 규명됐고, 근래에는 장내미생물이 숙주의 하루 주기에 맞추는 일주기성 유전자를 갖추고 있음이 밝혀졌다.
물론 모든 박테리아가 그런지는 아직 모르지만, 유전자 수가 아주 적은 단세포 미생물에도 생체시계 원리가 널리 존재함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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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의 과학풍경]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요즘 후텁지근한 열대야에 잠을 설치곤 한다. 생체리듬이 깨지지 않게 잘 시간에 자고 활동할 시간에 활동해야 한다지만 쉽지 않다. 하루 주기로 돌아가는 유전자들의 생체시계와 현실의 몸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건강한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생체시계는 호르몬, 체온, 혈압 같은 생리변화를 하루 24시간 주기로 일으켜 우리 몸을 조절한다. 생체시계가 실제로 몸에서 유전자와 단백질 분자를 기반으로 리드미컬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1970년대 초였다. 초파리에서 생체시계 조절 유전자가 발견되고, 이어 1980년대 하루 주기로 돌아가는 유전자들의 생체시계 메커니즘이 자세히 규명됐다. 그 업적으로 2017년 세명의 과학자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포유류와 다른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 곤충, 균류에서도 일주기 생체시계의 존재가 밝혀져왔다.
세포 하나로 이뤄진 박테리아는 어떨까? 몇십분, 몇시간마다 증식하는 박테리아에게도 하루 주기가 의미가 있을까? 놀랍게도 박테리아에도 하루 주기로 작동하는 유전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졌다. 일찌감치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의 일주기성 생체시계 유전자들이 자세히 규명됐고, 근래에는 장내미생물이 숙주의 하루 주기에 맞추는 일주기성 유전자를 갖추고 있음이 밝혀졌다.
광합성도 하지 않고 독립생활을 하는 박테리아들은 어떨까? 최근 독일, 네덜란드, 영국의 연구진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낸 논문에서 널리 알려진 유익균인 바실러스 서브틸리스(고초균)에 일주기 유전자들이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기른 균주와 야생형 균주를 나누어 닷새 동안 12시간 빛과 12시간 어둠이 반복되는 환경에 두었다가 이후에 어둠과 온도가 일정한 환경에 두었다. 바실러스균에는 특정 유전자가 발현될 때 스스로 빛을 내도록 발광 효소를 붙여두어 유전자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해두었다. 그랬더니 빛과 어둠이 반복되는 조건에서나 늘 어두운 조건에서나 두 균주의 유전자들이 하루 주기 리듬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관찰됐다고 한다.
사실 연구진은 2년 전에도 실험실 배양 균주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엔 야생형 균주에서도 같은 결과를 재확인했다. 물론 모든 박테리아가 그런지는 아직 모르지만, 유전자 수가 아주 적은 단세포 미생물에도 생체시계 원리가 널리 존재함을 보여준 것이다.
박테리아의 낮밤 생활 패턴을 이해하면 여러모로 유익할 것이다. 연구진은 농업, 식품, 화학, 의학 분야에 쓰이는 박테리아의 생체리듬을 활용하면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들의 더 큰 꿈은 바실러스균을 복잡한 생체시계 연구용 모델생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한다.
생체시계라는 지구 생명의 거대한 공통점은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지상 생명의 생화학, 생리, 행동이 지구의 고유한 자전주기에 맞춰져 있음을 생각하면 무생물 지구와 생물 지구는 동기화된 하나처럼 느껴진다. 모든 지상 생명이 다른 행성 아닌 이 지구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징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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