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故채수근 수사단장 '보직해임' 의결 "중대한 군기문란" 혐의
보직해임심의위 "사령관 지시사항 불이행, 직무수행 곤란"
'수사권' 있는 경찰, 수사 착수 저울질…"국방부와 조율 필요"
해병대는 이날 오전 해병대사령부에서 정종범 부사령관을 심의위원장으로 하는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어 박 대령을 보직에서 해임하고 당사자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정 부사령관은 서면 통보에서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결과 이첩 시기 조정 관련 사령관 지시사항에 대한 수사단장의 지시사항 불이행은 중대한 군 기강 문란"이라며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의결 전 보직해임의 사유'에 해당된다"며 "향후 수사단장의 직무 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돼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명시했다.
군인사법 시행령은 △직무 관련 부정행위로 구속되거나 △중대한 직무유기·부정행위가 발견된 경우 △중대한 군 기강 문란·도덕적 결함 등으로 즉시 보직해임이 필요한 경우엔 해당자를 선 보직해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직해임심의위원회는 중대한 군기문란에 대해서는 즉각 보직 해임이 가능하지만 일주일 안에 심의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군인사법에 따라 열린 것이다.
박 대령은 이달 2일자로 '선(先) 보직해임'된 경우로 보직해임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보직해임심의위를 열어 이를 심의해야 했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 2일 오전 경북경찰청에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보고서를 이첩했고, 국방부는 같은 날 오후 경찰로부터 사건을 회수했다. 국방부는 이와 동시에 수사단장 박 대령을 보직 해임했으며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오전 9시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후 채 상병 사고 경위와 부대 관계자의 과실 여부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결재를 받았고,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그 내용을 언론과 국회에 설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지난달 31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공개와 경찰 이첩을 미루고 대기하라'고 박 대령에게 지시했고, 이에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 결과 발표도 취소됐다.
해병대 수사단이 최초 작성한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 기록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달 2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을 민간 경찰에 이첩했고,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의 이 같은 행위를 '군 기강 문란'으로 판단, 직무정지 및 보직해임 등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국방부 검찰단은 같은 날 해병대 수사단에서 경찰에 넘긴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을 곧바로 회수했고, 현재 박 대령이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해당 기록을 경찰에 넘긴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박 대령 측은 이번 보직해임심의위 결과와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 측은 이 장관이 지난달 30일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결재한 뒤 구두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하지만, 문서상으로 명확한 '수정 명령'이 하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항명' 혐의를 적용한 것 자체가 원천무효란 입장이다.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한 뒤 다시 경찰에 이첩한다는 방침으로 국방부 검찰단에서 경찰에 재이첩할 자료엔 사단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의 혐의 관련 사항 등은 모두 제외될 전망이다.
지난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내 사망 사건과 성범죄, 입대 전 범죄에 대한 수사·재판은 군이 아닌 민간 수사기관이 담당토록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리적으로는 경북 경찰이 분명히 수사 착수가 가능하지만 이는 군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에 범죄에 대한 수사 절차 등에 관한 규정'상 상호협력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경찰은 채 상병 사건 수사가 기관 간 협의가 필요한 중요 사건이라고 보고 법리적으로는 군이 사건을 이첩하지 않더라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국방부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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