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국내 생성형 AI 개발 경쟁…기업용이 한계?

이정현 기자 2023. 8. 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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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우 삼성SDS 사장/사진제공=삼성SDS


국내 클라우드 대기업인 삼성SDS와 네이버가 기업용 생성형 AI(인공지능) 경쟁을 펼친다. 양사가 보안에 특화된 생성형 AI를 연내 개발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 함께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 생성형 AI 기술이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고 결국 국내 경쟁에 머무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최근 자체 생성형 AI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SDS는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으로 쌓은 전문 지식과 SCP(삼성클라우드플랫폼)의 높은 보안성을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개발할 예정이다.

삼성은 현재 삼성전자를 필두로 전 계열사가 협업해 사내용 생성형 AI를 개발 중이다. 삼성은 지난 3월 기밀 유출 우려로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사내 챗GPT 사용을 제한했다. 이후 생성형 AI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삼성 내부 정보만을 학습시킨 삼성 전용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SDS의 생성형 AI 서비스는 삼성 사내용 생성형 AI 기술을 삼성SD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기업 내부 데이터를 생성형 AI에 학습시킨 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브라이틱스AI와 업무 자동화 툴인 RPA 등을 통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도 기업용 생성형 AI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B2B(기업 간 거래) 부문에서 하이퍼클로바X 매출이 먼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는 10월부터 기업용 하이퍼클로바X를 과금 모델이나 구독 모델로 마케팅할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도 삼성SDS와 마찬가지로 하이퍼클로바X를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용해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보안 강화를 위해 하이퍼클로바X를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인 뉴로 클라우드에 적용한다. 중요한 데이터는 기업 자체 클라우드 서버에서 생성형 AI에 학습시켜 외부 유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S와 네이버 외에 LG CNS도 최근 '생성형 AI 추진단'을 구성해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LG CNS는 MS(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오픈AI의 챗GPT 등 AI 기술을 활용한 기업 맞춤형 신규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생성형 AI TF(태스크포스)'를 신설한 SK C&C도 지난 5월 웨비나에서 금융·유통 등 분야 기업 현장에서 바로 사용 가능한 생성형 AI 토털 서비스를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IT 기업들이 기업용 생성형 AI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는 챗GPT와 같은 대화형 챗봇을 만드는 것보다 난이도가 쉽고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 데이터를 학습시키기 때문에 별다른 LLM(대규모언어모델)이 필요하지 않고 보안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적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구글과 MS가 선도 중인 글로벌 생성형 AI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처음부터 당장의 수익을 노리고 국내 시장을 겨냥해 기술을 개발하다 보면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IT 시장 특성상 향후 해외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챗GPT의 대항마를 만들겠다던 네이버조차 기업용 생성형 AI 개발에 더 역량을 집중하는 것을 보면 챗GPT처럼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생성형 AI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며 "애초에 구글이나 MS같은 글로벌 IT기업과 국내 IT 기업은 생성형 AI에 학습시킬 데이터 수집량부터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 IT 기업들도 생성형 AI 시장에서 오픈AI나 구글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기업용 생성형 AI 개발로 방향을 틀어 전면전을 피해가려는 것 같다"며 "결국 삼성과 네이버의 경쟁을 시작으로 국내 경쟁만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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