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책 여백에 적어놓은 비밀스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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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흥문도서에서 출간된 '타인 최면술'이라는 헌책에는 섬뜩한 낙서가 있다.
콜린 윌슨이 쓴 '아웃사이더' 헌책에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장만 불태워져 있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는 헌책에 남겨진 사람들의 발자취를 들춰보다가 이 책을 썼다.
1부 '수수께끼를 품은 기묘한 책들'에선 영화 같은 사연을 가진 헌책방의 손님들과 그에 얽힌 기묘한 책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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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근 지음 / 이야기장수 펴냄
1978년 흥문도서에서 출간된 '타인 최면술'이라는 헌책에는 섬뜩한 낙서가 있다. 본문 귀퉁이에 빨간색 볼펜으로 지운 듯한 글씨가 보인다. '김○○ 부장, 너는 내가 반드시 죽인다'고 적혀있다. 죽인다는 말에 놀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보지 않을 책에 그런 글을 썼다는 점이 웃음을 자아낸다. 콜린 윌슨이 쓴 '아웃사이더' 헌책에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장만 불태워져 있다. 책 주인은 왜 도스토옙스키를 불태워버린 것일까. 기형도의 유고 시집 한 면에는 엄마가 자녀에게 쓴 편지 글이 쓰여져 있다. 자녀에게 남기고픈 엄마의 자서전이다. 엄마가 쓴 글은 애틋한 감정으로 가득하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는 헌책에 남겨진 사람들의 발자취를 들춰보다가 이 책을 썼다. 1부 '수수께끼를 품은 기묘한 책들'에선 영화 같은 사연을 가진 헌책방의 손님들과 그에 얽힌 기묘한 책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 '책 속에 적힌 수상한 편지'에는 책 면지에 편지나 메시지를 써서 선물하는 것이 낭만이었던 시대, 두툼하고 진실한 편지지가 되어주었던 헌책들의 역사가 담겨있다. 3부 '진정한 책의 수호자들'은 책에 치열한 공부 흔적을 남겨가며 책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열혈 독서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4부 '책 속의 책, 그 사람의 일기장'에는 책 속에 일기와 독후감을 정성껏 손글씨로 기록해둔 이들의 사연이 이어진다. 5부 '헌책방 멀티버스, 세상에 이런 독자가!'에는 독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괴상한 독자들의 축제가 펼쳐진다.
책은 다 같은 책이지만 세상에 똑같은 책은 없다. 낙서와 흔적이 있는 책은 독특한 방식으로 책을 사랑한 독자들이 자신의 인장을 세상에 남겨놓은 단 한 권뿐인 책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이야기 보물이 숨어 있다. 애초 책 주인도 잊어버렸을 듯한 내밀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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