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사기, 주의할 점은?
[IT동아 한만혁 기자] 지난 6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 의무를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해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은 관계 부처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024년 7월 시행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1년여의 규제 공백기를 틈타 가상자산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릴 것을 우려해, 피해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가상자산 투자사기 사례와 유의사항을 공지했다. 이번에 발표한 사례는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에 실제 접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가상자산 투자사기 피해를 방지하고자 개설한 것으로, 7월 30일까지 총 406건의 투자사기 신고가 접수됐다. 주로 허위 광고나 고수익 보장을 내세워 이용자를 현혹하거나 가상자산 사업자 직원을 사칭하는 내용이다.
다양한 형태의 투자사기 사례
금융감독원이 첫 번째로 제시한 사례는 ‘프라이빗 세일 투자 권유 행위’다. 유사 투자자문업자가 특정 가상자산을 프라이빗 세일로 싸게 매수할 수 있다며 투자를 권한다. 프라이빗 세일은 거래소 등을 거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매매를 말한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을 매수하자 가격 안정 등을 이유로 일정 기간 거래 및 출금을 제한(락업)한다. 정해진 기한이 끝나도 거래나 출금을 방해하고, 추가 입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가상자산 시세 하락으로 투자 손실을 겪는다.
실제로 A씨는 B업체의 투자 설명회에서 업체가 미리 확보해 둔 가상자산을 할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설명을 듣고 C코인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 업체는 C코인 가격 안정 및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3개월간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하는 대신, 제한 기간이 지나면 크게 오른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 제한 해제일이 다가오자 거래 제한 기간을 추가했고, 그 사이 시세는 1/10로 급락했다.
두 번째 사례는 ‘다단계로 투자자 모집 후 가상자산 시세 조종 행위’다.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사업자가 상장 전 다단계 형태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이때 다단계 형태는 가상자산 매수 후 일정 기간 예치하면 이자를 지급한다고 하며 추천인 수에 따라 이자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해당 가상자산이 상장된 후 차명 지갑 및 트레이딩 봇을 이용해 매매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시세가 오르면 가상자산 사업자 관련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고가에 매도한다. 이에 시세가 폭락하고 일반 투자자는 손실을 입는다.
실제 사례는 다음과 같다. D씨는 E업체로부터 우량코인을 예치하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한 F코인으로 100일 동안 투자금의 100%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한다는 제안을 받고 투자했다. 하지만 30원에 상장되어 5,000원까지 급등했던 F코인은 D씨가 이자로 지급받자마자 1주일 만에 500원으로 급락했고 원금상환조차 받지 못했다.
세 번째 사례는 ‘가상자산 사업자 등 관련 직원을 사칭하며 비상장 가상자산 매수 권유 행위’다. 본인을 가상자산 발행 사업자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특정 가상자산 거래소에 곧 상장될 예정이므로 낮은 가격에 매수할 것을 권한다. 이때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상장 계약서를 위조해 제시한다. 심지어 가상자산이 투자금의 3배가 되지 않을 경우 사업자가 책임진다는 지급보증서도 작성한다. 이후 현금을 입금하면 투자자 명의 허위 전자지갑의 자산 내역을 보여주며 투자자를 안심시킨다. 이후 자금을 탈취한다.
네 번째 사례는 ‘불법 리딩방 손실을 가상자산으로 지급한다고 유인하는 행위’다. 불법 리딩방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한 가상자산을 무상 지급한다며 유인한다. 이후 자체 제작한 허위 전자지갑에 실제 가상자산이 입금된 것처럼 꾸며 보여주고, 거래소 직원을 사칭해 가상자산 현금화 목적으로 개인정보와 보증금을 요구한다. 이후 보증금은 탈취하고, 개인정보는 금융기관 대출에 활용해 추가 피해를 입힌다.
다섯 번째 사례는 ‘유명 업체 사칭 NFT(대체불가토큰) 피싱 사기’다. 이메일 등을 이용해 항공사, 커피전문점 등 국내 유명 업체가 발행한 NFT를 무상 지급한다며 유인한 후 이메일로 발송한 URL을 클릭해 전자지갑 주소에 연결하라고 한다. 이후 해킹으로 지갑 내 보유한 가상자산을 전부 탈취한다.
마지막 사례는 ‘국내외 유명 업체 명칭을 교묘하게 사용하는 허위 광고’다. 가상자산 또는 사업자 이름을 국내외 유명업체명과 유사하게 만들어 해당 업체와 관련 있는 가상자산인 것처럼 허위 광고한다. 투자자가 몰리면 본인이 보유한 물량을 넘기거나 시장에 매도한다. 이후 해당 가상자산이 유명 업체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시세가 떨어지고 투자자는 손실을 본다.
가상자산 이용자가 유의할 점은?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이용자가 유의해야 할 점 6가지를 발표했다.
첫째, 상장되지 않은 가상자산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적정 시세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라이빗 세일로 매매를 권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거래소에 상장 절차가 진행된다는 정보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가상자산법에서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하여 거래한 자에게 1년 이상 유기징역 및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한다. 또한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되기 전까지는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일정 기간 가상자산을 거래나 출금하지 못하는 제한 조건을 부여한 경우, 시세 하락 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제한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하는 경우 투자금 전부를 날릴 수도 있다.
셋째, 가상자산 거래량도 따져야 한다. 거래량이 적은 경우 소수의 거래만으로 가격이 크게 변동할 수 있어 적정한 시세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마켓메이킹(MM)’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가상자산이 활성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상자산법에서는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시세를 변동시킨 자에게 1년 이상 유기징역 및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한다.
넷째, 가상자산 사업자 직원을 사칭하거나 공문을 제시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는 개별적으로 특정 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하거나 가상자산 출금을 이유로 보증금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상자산 사업자 직원을 사칭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해당 사업자 고객센터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가상자산 사업자 목록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8월 7일 기준으로 신고를 마친 가상자산 사업자는 총 37개다.
다섯째, 자체 개발한 전자지갑 설치를 유도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URL로 전자지갑을 연결하라고 요구하는 경우 의심해야 한다. 허위 전자지갑을 활용해 가상자산이 입금된 것처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URL로 전자지갑을 연결한 후 해킹을 통해 자산을 탈취하기도 한다.
여섯째, 유명인 또는 유명업체와 관련 있는 가상자산이라며 고수익을 제시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 원금보장과 함께 단기간에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불법 유사수신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 계획이 있는 가상자산의 경우 본인이 직접 꼼꼼하게 따져본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투자사기 집중 신고기간 운영
금융감독원은 연말까지 가상자산 투자사기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사기 신고는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를 통해 진행된다.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경우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접속 후 ‘민원·신고’ 메뉴에서 ‘불법금융신고센터’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를 차례로 선택하고 신고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전화를 이용하는 경우 금융감독원 민원센터(1332)에 연결한 후 ‘9번 불법리딩방 및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제보·신고’를 선택한 후 ‘2번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제보·신고’를 누르면 된다. 우편의 경우 금융감독원 금융사기전담대응단으로 해당 내용을 발송하면 된다.
관련 내용을 신고할 때는 신고자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신고 내용을 정확하게 기입해야 한다. 증빙 서류가 있는 경우 함께 제출하는 것이 좋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사기 행각을 선제적으로 적발 및 조치해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고자 한다”라며 “신고센터 접수 건 중 사안이 중대하거나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적시되어 수사가 필요한 사항은 수사기관에 신속히 공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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