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그늘 찾다 사망”…‘폭염 노동’ 117명의 기록
[앵커]
코스트코에서 쇼핑카트를 관리하던 직원이 온열 질환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폭염 속 일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KBS가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온열 질환 사망 노동자의 사례를 분석해봤더니, 이번 사고를 예외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여러 관행이 발견됐습니다.
최은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18년 여름, 울산의 한 공원 공사작업을 맡았던 A씨, 혼자서 작업을 했고, 현장에는 그늘이 없었습니다.
그늘을 찾아 인근 초등학교로 들어가다가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KBS가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경위서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최근 5년 간 온열 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117명, 이 가운데 1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휴식시간은 물론, 물 먹을 시간도 없었다'는 현장에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그늘이 아닌 땡볕 아래서 쉬라는 지시를 한 곳도 있었습니다.
물, 그늘,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무시된 겁니다.
실내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 6건 중 4건에선 냉방시설이나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절반 이상은 교대 인원이 부족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김성희/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 "휴게 시간을 확보해야 되는데, 그럴만한 인원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온열 질환 예방에 있어서도 다른 산재처럼 취약지대로 남아 있다..."]
온열 질환이 발생한 뒤에 적절한 대처가 없어 피해를 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스로 이상을 느껴 진료를 요청했는데도, '사무실에 데려다 주겠다' 혹은 '일단 쉬어 보라'고 권유한 사업장이 적지 않았습니다.
경련을 일으키는 등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곧 나아질거다'라고 말하는 등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온열 질환으로 숨진 노동자 3분의 1은 이미 쓰러진 상태로 발견돼, 치료 시점을 놓쳤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종주/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옆에서 누군가가 지켜보면서 관찰해야 됩니다. 더 나빠지면 곧바로 응급 조치를 하고, 병원에 옮겨야 되죠. 최소한 휴식을 할 때는 반드시 두 명 이상이 함께..."]
고용노동부는 올 여름에도 지금까지 최소 3명의 노동자가 폭염으로 숨진 걸로 보고, 당시 작업여건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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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기자 (ejc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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