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보다 안정성"···벌써 달리는 고배당주
최근 증시 자금 피난처로 급부상
고배당50지수 2주간 3.5% 상승
'배당 확대' 금융·방송지수도 강세
이복현 "테마주 쏠림 과도" 경고
증시에서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들이 급등락을 이어가는 가운데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는 고배당주로 자금이 몰리는 대조적 흐름도 눈에 띄고 있다. 배당주는 통상 9월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지만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데다 최근 일부 테마주만 주목받는 증시 흐름이 이어지는 탓에 배당주들이 일찌감치 몸값을 높여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배당 수익률이 높은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지난달 26일 이후 최근 2주간 3.5% 상승했다. 배당 성장성이 높은 50개 종목이 모인 코스피 배당성장지수도 4.4%나 올랐다.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2차전지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초전도체 등 일부 테마가 증시를 흔들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가 0.7% 하락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연말 고배당 업종으로 분류되는 증권·통신·은행지수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KRX 증권지수가 2주간 7.4% 상승했으며 KRX 방송통신과 KRX 은행 역시 각각 4.8%, 4.6%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세부 종목별로도 고배당주가 시장의 관심을 받으며 최근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다. 키움증권(039490)이 최근 2주간 11.6% 급등했으며 한국금융지주(071050)(10.1%)와 NH투자증권(005940)(9.3%), KT(030200)(9.4%), 대신증권(003540)(5.6%) 등 연간 배당을 실시하는 주요 배당주들이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8.6%의 시가 배당률을 보인 기업은행도 2.8% 상승하면서 온기를 누렸다.
전문가들은 고배당주가 예년보다 이른 랠리를 보이는 배경으로 최근 테마주 중심 장세가 이어지는 점을 꼽았다. 2차전지에서 초전도체로 이어지는 테마주들의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시장을 주도하자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업종뿐 아니라 코스피마저 하락해 고배당주가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부터는 금융 당국의 배당 절차 개선으로 연간 배당 기준일이 기존 12월 말에서 3~4월로 연기됐음에도 배당주가 일찌감치 주목받는 것은 최근 증시 흐름에 피로감을 느낀 투자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온 탓에 증시의 피로도가 높다” 며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 대비 주식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거의 한계에 달했는데 이익 성장성이 높거나 배당이 높은 종목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당주는 상장사의 안정적 이익이 보장돼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하반기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되는 일부 증권주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해외 부동산과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일부 대형 증권사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고배당주 중에서도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 국내 대형 증권사는 보통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부동산 PF 부실을 우려하는 상황이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들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이 발생하고 있다며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다. 특히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신용 융자 확대를 경계했다. 이 원장은 “최근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과 빚투가 증가하고 있다” 며 “이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 융자 확대는 빚투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테마주와 관련된 허위 풍문에 대해서는 특별단속반이 집중 점검하도록 하겠다”며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국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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