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소설가 오정희는 예술권력 카르텔…국가폭력 가담자" 비판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오정희 작가에 대해 권력과 결탁한 기득권 예술권력이라며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책임을 회피한 것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블랙리스트이후(준),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등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오정희 사태와 예술권력 대응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오창은 중앙대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교수는 오 작가를 두고 "20대 초년인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으로 등단해 '저녁의 게임' '중국인 거리'를 통해 '문장 미학'이라는 상찬을 받으며 해방이후 60~70년대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한 뒤 "블랙리스트 사건이 드러난 2015년 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에 취임하며 소설가에서 예술행정가로 위치가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야당 인사를 지지하거나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시국선언을 한 문화예술인에 대해 정부 지원을 끊거나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비밀리에 작성한 9천여 명의 상세 명부가 드러난 사건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도 세밀하게 문화인들의 성향을 분류하고 감시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 인사들을 탄압하거나 지원 사업에서 배제해 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정희 작가는 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발간지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에서 사회참여적 예술인으로 지목된 블랙리스트들을 사찰, 검열, 배제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드러났다.
오 교수는 "당시 지원 배제(블랙리스트) 명단이 청와대, 문체부, 예술위로 이어지며 조직적인 '지원배제'가 관철되었다"면서 "반면 당시 문체부의 지시를 받은 예술위 사무직원들이 권지예 소설가, 김기택 시인, 유홍준 시인, 이남호 평론가, 하응백 평론가 등 책임심의 위원들을 만나 선정자 명단에 도장을 찍어줄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이들은 도장 찍기를 거부했다. 그런 점에서 오정희 작가의 행위와 구분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들의 '저항적 배제 지시 거부'와 달리 정부와 국정원, 문체부 등의 개입에 침묵했던 오정희 작가에 대해서는 윤리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분리해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윤희 블랙리스트이후 디렉터(작가)는 "예술인이 국가권력의 시장화에 협력관계에 있거나 시장과 예술이 담합한다면 기초예술 장르는 절대 평등한 위치에 설 수 없다"며 "오정희 작가가 블랙리스트 사건에 깊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서울국제도서전의 대표 홍보대사를 맡았다는 것은 그 밀착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디렉터는 "올해 11월 3일은 '블랙리스트 예술인 시국선언' 7년이 되는 해이지만 지난 7년간 국가범죄 블랙리스트는 전 사회적으로 망각되고 정치권에선 정쟁의 도구로 실행자인 문체부와 주요 산하 기관과 실행자는 빨리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으로 간주됐다"며 "책임을 지는 사람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실행 기관인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약속 했지만 정권이 바뀌니 말이 달라졌다고 지적한 정디렉터는 "소위 예술권력이라고 할수있는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대책이 대한민국의 문화발전에 걸림돌'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체부 관계자로부터 '예술인들이정말 비윤리적이다'라는 말도 들었다며 "(상황이 이런데) '누가 누구에게 잘못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했다.
정 디렉터는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해 주관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도 오정희 작가의 홍보대사 위촉 문제를 지적했지만 오히려 출협이 오 작가를 두둔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출협 회장과 간부를 만나 블랙리스트 핵심 관여자인 오 작가의 해촉을 요구했지만 '(오정희 작가) 관련성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도 아니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을 지금에 와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더라. 더군다나 '도서전 주제를 상징하는 여성(연령별 대표 여성 작가)으로 홍보대사를 정했는데 해촉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냐'는 말까지 들었다"며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출협이 대표적인 가해자인 오 작가를 감싸는 모습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최샘이 독립기획자, 김대현 문학평론가(한국작가회의)가 참여해 예술권력을 가진 기득권 예술가들의 영향력에 의해 한국 창작 문학계가 휘둘리는 현실에 대해 의견을 쏟아냈다.
김대현 문학평론가는 "예술의 향상 발전을 도모하고 예술가를 우대하기 위해 1954년 설립된 대한민국예술원이 기득권 문화예술인들의 회원제로 운영되며 정권과 오랜시간 밀착되어 왔다"며 "예술원 자체가 밀실 운영되고 있다. 매월 180만 원 종신연금까지 받는 회원인 오정희 작가도 여전히 각종 예술 정책과 사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원 교수는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에는 매우 독특한 '종신 심사위원제도'라는게 있는데, 오정희 작가는 2007년부터 2011년 개인 건강 사정으로 그만둘 때까지 강한 이념성향을 가진 언론사 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며 "이후 예술원 종신회원이 되고 2014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원과 위원장 직무대행, 2018년 국립한국문학관 설립 추진위원,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까지 오 작가의 문화적, 정치적 활동이 여러 국면에서 연결되고 다양한 파행을 겪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블랙리스트 사건이 단순히 지원 배제 등 경제적 관점에서 볼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정치적 탄압에는 늘 '명부'가 존재해온 역사를 돌이켜 보면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쥔 '국가범죄'라고 봐야 한다며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 가면 일제강점기부터 (독립군이나 사상범을 대상으로 한) 명부작성을 통해 '요시찰 대상'을 탄압하고, 해방 이후 보도연맹이나 예비검속과 같은 '살생부'가 있었다"며 "2000년대 이후 경제적 배제를 통해 문화예술인을 위축시키고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 이러한 국가 폭력의 문제가 우리 곁에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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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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