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흉기 위협해도 ‘하지마세요’ 말만 가능…“수업방해 학생 분리해야”

홍다영 기자 2023. 8. 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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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마련을 위한 포럼 열려

“교실에서 학생이 흉기를 들고 위협해도 ‘하지 마세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신체를 제지하다 상처를 입히면 아동학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교사들 사이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옵니다. (학생 생활 지도를 하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혼자 감당해야 하는데 누가 교실을 책임지겠습니까.”

이보미 대구 감청초 교사(대구교사노조위원장)는 8일 오후 교육부와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주최한 ‘교원의 학생 생활 지도에 관한 고시 마련’을 위한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안전을 위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은 단계적으로 교실에서 분리하고 예외적으로 신체를 제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 마련을 위한 포럼에서 신태섭 이화여자대학교 학교폭력예방연구소 부소장이 학생생활지도 관련 해외사례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작년 12월 초·중등교육법, 올해 6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교원의 학생 생활 지도 권한을 법제화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업·진로, 보건·안전, 인성·대인 관계 등에 대해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고시로 정해 2학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번 포럼은 고시 제정을 앞두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생활 지도를 어떻게 할지 교육계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모둠 활동으로 척추측만증 생겼다며 아동학대로 고소”

이 교사는 아동학대로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한 교사 A씨 사례도 소개해다. 교사 A씨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모둠 활동을 했다. 한 학부모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자녀가 모둠 활동으로 척추측만증에 걸렸다며 사과와 치료비를 요구하고,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A씨는 검찰 단계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수개월간 변호사 선임, 정신과 치료, 자료 소명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몇 개월 뒤 열렸으나 ‘교권침해 아님’ 판정이 나왔다. “학교는 선심 쓰듯 다른 학교로 전보시켜주겠다고 권유했다”는 게 이 교사 설명이다.

이 교사는 “초등학생들도 ‘아동학대로 신고해드려요?’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업도 하고 생활 지도도 하고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까지 예방해야 하는데 (교사는) 만능이 아니다”라며 “무리한 요구와 폭언 등 악성 민원을 규정해서 교육 활동 침해 유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해 구두 주의로 개선되지 않는 경우 교실 내 즉시 분리, 학교 내 별도 공간 분리, 학부모 소환 및 학생 귀가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게 이 교사의 주장이다. 학교에 상담 체계를 구축하고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경우 교육청 차원에서 법률 상담, 소송비 지원, 무혐의·무죄 판결 시 손해 배상 소송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 교사는 “생활 지도를 하는 이유는 하나”라며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위해 수업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덕제 울산 외솔중 교사(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는 “교사를 희롱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학생, 다른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넘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학생이 있다”며 “(미성년자인) 학생을 지도하는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권이라는 개념으로 책임과 의무가 없는 과도한 권리만 주장한다”고 했다. 다만 손 교사의 설명을 듣던 한 교사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다른 견해를 드려내며 반발하다가 퇴장당했다.

김성기 협성대 교수는 “학생의 폭력적 행위에 대한 신체적 제지 및 격리 허용 명시, 무분별한 아동 학대 신고에 대한 엄정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준 거제 대우초 교사는 “교육청과 학교는 즉시 분리 조치가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박은희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상임대표는 “교권 회복의 방법은 초중등교육법 준수와 학생인권조례 폐지,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라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 마련을 위한 포럼에 앞서 교육노동자현장실천과 전국학부모연합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교사 책임 면제, 타임아웃 제도 활용”

신태섭 이화여대 교수는 해외의 학생 생활 지도 관련 법령을 소개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공립학교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에서 잠시 제외하는 ‘타임아웃’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학생에게 진정하고 자제력을 회복할 시간을 준다는 취지다. 미국 연방 교사 보호법은 교사의 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도록 돼 있다.

영국은 교육 및 감사에 관한 법률을 2006년 개정하며 교사와 교직원에게 학생을 훈육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부여했다. 학교장과 교사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학교 안팎으로 학생 행동을 규제할 수 있다. 핀란드는 기본 교육 법에 따라 학생이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경우 정학 처분을 할 수 있다. 신 교수는 “교권과 학생 학습권 보장을 위한 분리, 행동 중재 등 구체적인 생활 지도 방법이 고시안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고시를 마련해 2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뒤로 나가 서 있기, 교실 퇴실, 반성문 쓰기, 학부모 상담 등 구체적인 방식이 고시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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