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에크모와 중환자실

2023. 8. 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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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중증 코로나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에크모'(ECMO)를 달고 치료를 받다가 회복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원래 에크모는 심장이나 폐의 심각한 손상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해오던 장비이다.

심장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신하는 장비가 있어야만 심장 운동을 멈춘 상태에서 심장을 열고 수술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이 시작되면 심장으로 들어가는 대정맥에서 혈액을 받아들여서 폐 대신 기계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한 다음 깨끗해진 혈액을 대동맥으로 보내게 된다. 그러면 심장과 폐가 완전히 기능을 멈춰도 인체는 정상적인 혈압을 유지하면서 풍부한 산소를 공급받게 된다. 이 기계를 인공심폐기라고 부른다.

만일 폐 또는 심장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든 환자에게 인공심폐기를 적용하게 되면 장비가 작동되는 동안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심각한 손상은 있지만 비교적 단기간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에게 인공심폐기의 기능을 적용한다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장비가 에크모이다. 인공심폐기는 수술하는 동안 전담 인력이 옆에 있어 수술하는 동안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계속 장비를 조절하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부피도 상당히 크다. 반면에 에크모는 상대적으로 부피가 적어 침대 옆에 놓고 작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인공 심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환자가 에크모를 휴대할 수는 없다.

혈액이 에크모를 통과하는 동안 응고되지 않도록 강력한 항응고제인 헤파린을 투여하게 되므로 출혈이 쉽게 발생한다. 게다가 헤파린을 투여해도 부분적으로는 혈액이 응고되어 혈관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된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감염의 위험도 증가한다.

에크모는 크게 VA 타입과 VV 타입으로 나뉘어 사용하게 된다. VA 타입은 주로 사타구니의 정맥에서 혈액을 빼내어 산소와 결합시킨 후 다시 사타구니의 동맥으로 혈액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 심장과 폐의 역할 모두 충실히 수행하게 된다.

반면 VV 타입은 심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나 폐의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사타구니의 정맥에서 혈액을 빼내어 산소와 결합시킨 후 이 혈액을 다시 동맥이 아닌 정맥으로 보내게 된다. 그러면 이미 산소와 결합된 혈액이 폐로 흘러가기 때문에 폐 기능과 관련 없이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VV 타입은 공기 색전술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적기때문에 심장이 정상 기능을 할 때는 VV 타입을 선호하게 된다.

에크모는 급성 심근경색과 같이 심장이 기능을 못할 때나 감염으로 인해 폐에 수분이 과다하게 늘어나는 폐부종과 같은 상황에서 사용하게 된다. 인공호흡기와 다른 점은 인공호흡기는 정상적인 호흡이 안 되는 환자에게 기계가 규칙적으로 공기를 넣어줘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그러나 공기가 정상적으로 들어와도 폐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할 능력조차 없는 상태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 이 때는 에크모를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따라서 코로나로 인해 과격한 면역반응이 발생하여 폐가 거의 기능을 못할 때는 일시적으로 에크모를 사용하면서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면 고비를 넘길 수 있다. 그리고 급성 심근경색이나 심한 심부전으로 혈압이 유지되지 않을 때도 에크모를 사용함으로써 심장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만 혈압은 정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약물 투여를 통해 심장의 회복을 유도하거나 혹은 안전한 상태로 수술실로 옮겨서 수술을 할 수 있다. 또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인 환자가 장기가 도착할 때까지 에크모를 사용하면서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실제로 중환자실 장비를 갖춘 구급차에 에크모와 인공호흡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모 대학병원의 사례가 있다. 매우 생존율이 낮은 좌측주관상동맥이 막힌 48세의 급성심근경색 환자에게 먼저 에크모를 설치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110㎞를 달려서 병원에 도착한 다음 스텐트를 삽입하여 성공적으로 치료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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