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기도 ‘무량판 포비아’...아파트 20곳 ‘철근누락’ 업체가 지었다

연규욱 기자(Qyon@mk.co.kr),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8. 8.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본지, 경기도 무량판 아파트 현황 자료 입수
95개 단지 중 20곳에 LH 부실시공 업체 참여
설계 오류로 철근 빼먹은 업체가 3개 단지 설계
주거동도 한곳 포함...‘무량판 포비아’ 확산 우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후 LH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 앞서 부실시공 등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경기도에 위치한 민간 무량판 아파트 95곳 가운데 20곳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누락 아파트를 설계·시공·감리한 업체들이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들이 LH아파트를 지을 때처럼 설계·시공·감리 과정에서 오류를 범했다면, 민간 아파트 단지들 중에서도 철근이 누락된 곳들이 나올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입주민들의 ‘무량판 포비아’ 가 더욱 커지게 됐다.

8일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경기도 소재 무량판구조 민간 아파트 현황’에 따르면 이번 국토교통부의 무량판 조사 대상이 되는 경기도 아파트는 모두 95개 단지다. 경기도가 1차적으로 취합해 국토부에 제출한 자료로, 앞으로 늘어날 소지도 있다.

매일경제가 해당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95개 단지를 설계·시공·감리한 업체들 중에 부실시공(전단보강근 누락)이 드러난 LH아파트(15곳)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9곳이나 됐다. 설계·감리업체는 7곳, 시공사는 2곳이다. 지난 8일 LH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 업체들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부실시공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8.3 [사진 = 연합뉴스]
이들 철근누락 업체 9곳이 설계·시공·감리에 참여했던 경기도 소재 무량판 아파트는 모두 20개 단지였다. 경기도 소재 점검대상 무량판 아파트(95곳)의 21%에 해당한다. 20개 단지의 가구 수는 약 2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9개 업체가 경기도 외 지역에서 참여한 단지들을 고려하면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이 설계를 맡았던 오산세교2 A6(임대아파트)는 LH 조사 결과 ‘설계오류’가 철근 누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파악됐다. 단지는 무량판 부분 기둥 90개소 중 무려 75개소에서 철근이 빠져있었다. 건원이 설계를 맡은 경기도 소재 무량판 민간아파트도 3개 단지였다. 이중에는 입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거동이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곳도 포함돼 있다.

중대 부실시공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들이 민간아파트에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입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건원은 LH부사장 출신 권모 부회장을 포함한 3명의 전관이 근무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김학용 의원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 전모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며 “철저한 전수조사와 보강공사로 입주민 불안감이 충분히 해소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지자체들은 민간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를 개시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