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경매이슈 냉철한 분석 유명세… "제 신혼집도 경매로 마련했어요"
매물분석 하다보면 적정가격 눈에 보여… "부동산 처음이면 경매로 공부하길"
'찐 경매인'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
"요즘 경매시장 특이점이요? 20대들의 경매 시장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46·사진)은 12년간 지지옥션에서 근무하며 '지지옥션 터줏대감' 자리를 넘보고 있는 전문가다. 부동산 시장 취재 중 경매 이슈가 나오거나 경매시장 동향 체크시 이 연구위원을 거친다면 내용을 한층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보강할 수 있을 정도다.
7일 인터뷰를 위해 만나자마자 최근 경매시장 동향에 대해 물으니 이 연구위원은 예전보다 젊은 층이 눈에 띄고 있다는 것이 특이점이라고 진단했다. 20~30대라면 이제 막 부동산 시장을 접하기 시작하는 연령대로 봐도 될텐데, 일명 '부린이'급인 이들이 경매로 부동산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경제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종잣돈을 모은 40~50대의 접근이 일반적이었다면, 요즘 들어선 20대의 경매 상담이 특이할 정도로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경매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는 평가와 함께다.
이 연구위원은 "경매도 부동산 매매 방법 중 하나다. 부동산을 처음 접근한다면 차라리 경매부터 공부하라고 권한다"고 조언했다.
막무가내로 경매법원부터 뛰어들라는 말이 아니다. 경매를 제대로 접근하려면 권리분석 정도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주택 관련법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현장에 가서 직접 조사도 해야 하는 등 부동산 시장을 좀 더 깊이있게 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경매로 시작했다고 해서 무조건 경매로 집을 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는 "경매 입찰 준비를 위한 시각으로 많은 매물을 분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적당한 가격선이 보이는 때가 온다"며 "경매물건보다 시중에 나온 급매가 더 싸다는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으로 매물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경매"라고 강조한다.
법에 관심이 많았던 이 연구위원은 신혼 집도 경매로 마련했을 정도로 '경매에 진심'인 '찐 경매맨'이지만, 현재 거주하는 집은 일반 매매로 구했다. 경매흐름을 계속 체크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보니 합리적인 가격대의 물건을 만났고, 큰 고민없이 바로 매매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근 활발하게 경매 강연에도 나서고 있는 이 연구위원은 현장에서 "올해 경매해도 되는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에 대해 "올해는 초보자들일수록 경매 입찰을 준비하기에 괜찮은 시기"라고 대답한다. 경매지표는 매월 등락을 반복하지만, 상승장 혹은 하락장의 특징을 인지하고 본다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추세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하락장으로, 경매시장 또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매매시장에서의 매물 적체로 경매 취하율이 줄면서 경매 물건이 늘었다. 경매 물건의 감정가가 대체로 높다는 인식에 의해 매도 호가가 낮게 형성된 급매물 위주로 거래 가되면서 낙찰가율도 떨어졌다. 2~3회 유찰되면서 낙찰률이 하락하고,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응찰자 수 또한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에 경매 시장을 세심하게 지켜봤다면 이런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2022년에 감정된 물건들이 나오고 있다"며 "감정 시 실거래가를 많이 참고하는데, 작년에는 거래 자체가 많지 않아 감정가가 높다는 판단에 유찰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기준 경매 진행 건수는 1만2000여건으로, 이 연구위원은 올해 말까지 작년 진행 건수를 훌쩍 뛰어넘는 2만여건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낙찰률도 최근 30% 아래로 떨어졌고, 낙찰가율은 10년 내 가장 낮은 70%까지 하락했다. 감정가 10억원 물건이 경매를 통해 7억원 수준에 낙찰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경매시장은 대출 규제와 금리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으니 부동산 시장 동향 뿐만 아니라 금융 규제도 유심히 봐야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올해 2월 9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아 살 수 있게 한 '특례보금자리론'은 경매시장에 영향을 줬다. 특례보금자리 대출이 제한한 가격대에 맞춰 경기와 인천 등에서 응찰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올해 말까지 운용될 예정이라 올해는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그 다음 단계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추가 하락에 대비한 방어적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며 "특히 올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은데다가 대출규제 완화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경매 시장 참여자라면 주의깊게 흐름을 보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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