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쿠데타 긴장 고조…서부아프리카 무대로 강대국 각축
서아프리카 15개국 모임인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가 쿠데타가 일어난 니제르에 통보한 최후통첩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도 개입하고 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쿠데타로 점철된 아프리카 사헬 지역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부장관 대리는 7일 니제르를 전격 방문해 쿠데타 지도부와 만나 구금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의 복위 등 헌정 질서 복구를 촉구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뉼런드 미 국무부 부장관 대리는 이날 군부 지도자들과 2시간 동안 만나서 위기 탈출을 위한 “여러가지 선택지”들을 제안했다며, 바줌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는 오는 10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연다고 7일 밝혔다. 앞서,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는 니제르 군부가 6일까지 헌정 질서를 복구하지 않으면 무력 개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최후통첩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응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는 2020년 이후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 잇따라 쿠데타가 일어나자 이들 국가에 대한 회원 자격을 정지한 상태다. 이들은 쿠데타 도미노가 자국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니제르 군부는 이에 대응해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을 끌어들일 움직임을 보인다. 니제르 군부는 6일 자국 영공 폐쇄 조처도 발표했다.
미국은 바그너그룹 개입에 대해 경고했다. 뉼런드 미 국무부 부장관 대리는 “바그너 용병들이 초대될 때의 주권 위기를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바그너그룹을 끌어들일 경우 미국이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뉼런드는 대표적인 대러시아 강경파다.
서아프리카 지역 일부를 포함한 사헬 지역은 최근 쿠데타 파도가 일고 있다. 2021년 5월에는 한해 전인 2020년 쿠데타가 일어났던 말리에서 또다시 쿠데타가 일어났다. 2021년 9월 기니, 10월에는 수단에 이어, 지난해에도 부르키나파소에서 1월과 10월 한해 두차례 쿠데타가 발생했다. 최빈국들이 몰려 있는 사헬 지역은 사하라 사막과 열대우림 지역 사이에 있는 건조지대로 서쪽 대서양 연안의 세네갈부터 동쪽 인도양 연안의 에리트레아까지의 5600여㎞에 걸쳐 있다.
쿠데타 파고는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의 확산에 따른 대테러전, 프랑스 식민주의 잔재, 서방 대 러시아의 대결 등이 배경이다. 이라크·시리아 등 중동의 레반트 지역에서 패퇴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세력들은 리비아에서 내전을 기회로 이 지역으로 옮겨와 발호하고 있다. 사헬 지역은 이슬람국가가 레반트 지역에서 패퇴한 뒤부터 미국 등 서방의 대테러전의 중심지가 됐다.
이로 인한 혼란으로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커졌고, 이는 쿠데타 세력들의 명분이 됐다. 경제평화연구소(IEP)의 글로벌테러리즘지수에 따르면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의 폭력에 의한 이 지역 희생자는 2007년에는 전세계 희생자 중 1%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43%로 폭증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의 군부 세력들은 또 프랑스 식민 잔재 척결도 쿠데타 명분으로 추가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서부 아프리카의 9개 국가 중 7개 국가가 과거 프랑스 통화인 프랑과 가치가 연동됐던 세파프랑(CFA프랑)을 지금도 사용하고, 지역 엘리트들은 프랑스와 이권이 얽혀 있다. 이때문에 서부 아프리카는 프랑스 세력권인 ‘프랑사프리카’라고도 불리운다. 경제학자 프랑수아 자비에르 버샤브는 이 용어를 이 지역의 부패하고 은밀한 정치·경제·군사적 결탁을 도모하는 프랑스 신식민주의로 재정의하기도 했다. 니제르는 세계 7위의 우라늄 채굴국으로 그 25%가 프랑스 등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니제르에서는 쿠데타 발생 전부터 ‘M62’ 등 시민 단체들이 반프랑스 시위를 벌이다가, 당국의 탄압을 받았다. 말리와 니제르 등에서는 쿠데타 뒤 프랑스 세력 축출을 주장하고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대중시위가 벌어졌고, 쿠데타 세력들은 러시아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말리 등지에서 이미 5천명에 달하던 프랑스군을 대신해 1천여명의 바그너 용병들이 들어와, 대테러전를 벌이고 있다.
사헬 지역의 쿠데타 파고는 결국 서방의 대테러전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영향력을 아프리카에서 키우는 위기를 만들고 있다. 미국 등 서방으로서는 안보 차원에서 대처가 불가피하다고 입장이고, 이는 사헬 지역 전역에서 강대국들의 대결 위기로 번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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