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경상수지 59억달러 육박… 수출보다 수입 더 줄어든 ‘불황형 흑자’
당초 전망치 ‘16억弗 적자’ 웃돌아
상반기 12년 연속 흑자기조 유지
여행 수요 늘며 서비스수지 악화
국제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도 커
하반기 예상치 달성 녹록지않아
올해 6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59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상품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낸 데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받은 배당도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경제 둔화에도 올해 상반기 전체 경상수지는 간신히 흑자를 냈으나, 흑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24억4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한은의 지난 5월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치(16억달러 적자)를 크게 웃돌았지만, 지난해 상반기 흑자 규모(248억7000만달러)와 비교했을 땐 90.2% 감소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도 (상반기 기준) 1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난 1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영향으로 흑자 규모가 지난해 상·하반기에 비해 축소됐지만, 당초 여러 경제기관에서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를 전망했던 점을 고려하면 당초 우려보다는 양호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6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39억8000만달러)가 지난 4월 이후 석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5월(18억2000만달러)과 비교했을 땐 흑자 규모가 2배 넘게 늘었다. 수출(541억4000만달러)이 전년 동월 대비 9.3%(55억5000만달러) 줄면서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나, 수입(501억5000만달러)이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10.2%(56억9000만달러) 급감하면서 상품수지 흑자를 냈다. 이를 두고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면서 수출액이 수입액을 웃돌아 발생한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6월 수출(통관기준)은 석유제품(-40.5%), 반도체(-28.0%), 화학공업 제품(-12.8%), 철강제품(-3.2%)이 1년 전보다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중국(-19.0%), 동남아(-17.9%), 일본(-3.7%), 미국(-1.8%)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다만 승용차 수출액은 59억9000만달러로 1년 전(37억3000만달러)보다 60.7% 급증했다. 수입의 경우 원자재 수입액이 전년 동월 대비 18.5% 급감했다.
반면 본원소득수지(48억5000만달러)는 지난 5월(14억2000만달러)이나 전년 동월(30억8000만달러)보다 더 많은 흑자를 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수입 등이 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한 달 새 9억달러에서 42억3000만달러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 6월 이전소득수지는 3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상반기 경상수지가 예상 밖 흑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최근 상품수지 흑자가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흑자 행진이 지속할지 불확실한 데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서비스수지도 한동안 악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동향,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회복 속도, 정보기술(IT) 경기 개선 시점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올해 경상수지가) 연간 전망치(240억달러 흑자)를 상회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황형 흑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불황이나 내수 부진 같은 요인보다는 IT 경기, 수입에너지 가격 약세에 따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가격은 여전히 약세지만 물량 자체로는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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