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른데 아이 맡기기 불안""신원 보장되면 육아에 도움" [입장 들어봤습니다]

강명연 2023. 8. 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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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도입
고령화·임금상승에 국내인력 부족
정부, 동남아 근로자 연내 투입
저출산해법 안된다는 지적 대부분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정책이 이주여성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합법화하면서도 이들이 성폭력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권은 보장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며 정부의 시범사업 추진 강행을 규탄했다. 뉴스1
정부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하는 밑그림을 내놨다. 연내 서울에 시범적으로 100명의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운영한 뒤 정책적 영향력을 판단, 전체로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족, 임산부 등의 집에서 최소 6개월 일하게 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 금지 협약에 따라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인 9620원을 적용하면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약 201만원을 받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공식적으로 가사·육아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들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은 분위기였다. 시민들 사이에선 아이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육아와 가사를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존재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에 긍정적인 경우는 현실에서 이유를 찾고 있었다.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가 육아를 하기는 우리 사회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신변 보장이나 급여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 "근본적 저출산 해결책 아니다"

8일 만난 시민들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고 신뢰에 대한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다.

50대 직장인 송모씨는 "가사근로자가 아이를 돌보는 역할도 하게 되는데 한국 정서 이해 못 하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에게 맡기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2년차 신혼부부이자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1)는 "홍콩이나 필리핀의 경우 영어가 공용어 역할을 해서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쓸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며 "애 낳아보니 진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에게 육아를 맡기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씨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 한달에 200만원 정도 한다고 줘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금액이 싼 것이 아니다"며 "한국어나 영어가 능통한 외국인이 온다고 하는데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을 할 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아이 안전이었다.

내년 출산 예정인 류혜영씨(34)는 "흉흉한 세상에 모르는 한국인에게 아이를 맡기기도 어려운데 필리핀 등 외국인한테 맡긴다는 게 쉽지 않다"며 "정책 아이디어를 낸 사람조차도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 자신의 자녀나 손녀를 맡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결혼을 앞둔 최모씨(35)도 "국적이 아닌 개인의 성품이 중요하지만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 이야기가 나오면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봐주고 있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 생기지 않겠냐"며 "신뢰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도입된다고 해도 이용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점이 이같은 부정적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고지연(35)는 "선진국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데 우리는 그게 안 된다"며 "조부모한테 맡겨야 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외국인에게 맡기자는 발상이 문제다. 아이 키우는 일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인식 없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대 대학원생 이모씨는 "지금도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지만 돈과 시간이 없다. 근본적으로는 엄마, 아빠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환경, 출산 이후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너무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봤다.

아울러 분당구에 사는 구모씨(31)는 "내국인 노동자를 쓰기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니 외국인 노동자로 육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대판 노예제다"고 비판했다.

■ "현실 생각하면 필요하다"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해 찬성 의견도 있었다. 정책 효과 등을 따지기 전에 현실에서의 수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었다.

이날 만난 외벌이 직장인 이모씨는 "외벌이에 야근도 최근 종종 하니 와이프가 혼자 아이 둘을 돌보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벅찬 게 사실"이라며 "한국에선 최저임금 받고 아기를 돌보는 일을 할 사람이 없다. 외국인 차별이니 그런 건 걱정할 때가 아니고 아기 낳고 잘 기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맞벌이하는 직장인 김모씨(38)도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현실을 놓고 보면 반대하기가 어렵다"며 "부부가 모두 지방 출신이라서 어디 믿고 부탁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비용이 비싸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해결될 문제"라고 언급했다.

다만 찬성을 하면서도 비용과 신뢰가 전제 조건이라는 목소리가 컸다.

4살 딸을 키우는 유모씨(37)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야반도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는 등 (외국인 노동자 관련) 안 좋은 뉴스도 많기 때문에 정부가 신원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강동구 거주 최모씨(32)도 "맞벌이 부부에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맞벌이하면서 집안일을 하기는 정말 힘들다"면서도 "다만 (월 200만원 이상이라는) 비용 관련 부담은 있다. 비용 부담을 줄여 준다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리도 체계적으로 한다면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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