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더이상 외면 안돼" vs "논의 조차 시기상조"

천선휴 기자 2023. 8. 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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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 심포지엄 개최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료계와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원격의료를 논의하는 장이 열렸지만 "비대면 진료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업계의 주장과 "국내 여건상 비대면 진료 논의조차 시기상조"라는 의사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8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출범 2주년을 맞아 '해외 원격의료 정책으로 본 국내 미래 의료의 전망'을 주제로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비대면 진료 활성화에 대해 평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료계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댄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출범 2주년을 맞아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천선휴 기자

현재 비대면 진료는 시범사업 계도기간이다. 지난 6월 시작해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시범사업에서는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 재진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약도 약국에 가서 직접 받아야 한다. 섬에 사는 환자나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환자, 감염병 확진자만 예외적으로 초진이어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소아 환자의 경우 야간·휴일 초진도 허용되지 않고, 진료가 아닌 의학적 상담만 가능하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제도화 되지 않았음에도 지난 3년간 1379만 명이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면서 “산업계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더 이상 비대면 진료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 핵심기술인 의료와 IT를 결합해 해외진출에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며 “그간의 데이터로 제도와 법이 완성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환영사에서 “팬데믹 기간에 많은 분들이 비대면 진료를 하면서 효용성을 경험했는데 우리 제도는 아직 수십 년 전 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의료계와 산업계 의견을 넘어 국민들 의견까지 모두 수렴해 제도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출범 2주년을 맞아 '해외 원격의료 정책으로 본 국내 미래 의료의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천선휴 기자

하지만 의료계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의사들은 안전성은 물론 비대면 진료의 용어 정의, 건강보험 적용, 저수가 등 비대면 진료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우리가 말하는 ‘비대면 진료’에 ‘비대면’이라는 표현부터가 적절치 않다”면서 “원격으로 사람을 보고(face to face) 진료하는 것인데 용어 사용부터가 잘못됐다”고 했다. 또 그는 장지호 원산협 회장이 개회사에서 이야기했던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 건수의 급증’에 대해 언급하며 “온라인 진료와 오프라인 진료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데이터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서 “‘얼마나 많은 진료를 했는지’의 데이터를 의사들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권 교수는 “분명한 가치는 안전”이라면서 “원격 진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가치가 논의돼야 하는데, 지금 한국에서의 논의 수준은 안전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은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 회장은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하고자 하는 의사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일일 비대면 진료 숫자 제한 △선택분업 △경증 질환자 초진 허용 △전자의무기록이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재진 △진료비 선불제와 비급여 등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앞서 해외 사례들이 소개됐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와 문화는 엄청나게 다르다”면서 “우리 의료계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논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송태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본부장, 리사 킴 일본 메디컬 노트 총괄 매니저, 안젤라 라비노비치 이스라엘 쉐바 아크 혁신 센터 최고사업책임자, 조 키친 영국 로열 버크셔 NHS 재단 박사,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이 연사로 참석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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