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고인물, 이제는 정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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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부서 장기근무 직원 비율을 제한하고, 장기근무 시 인사관리 기준을 강화하겠다."
다시는 물이 고이지 않도록 금융감독원이 '배수로 공사'에 착수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순환근무를 강화해 장기근속자의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배수로 설치에 앞서 썩은 물이 남아 있는지부터 제대로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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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물이 고이지 않도록 금융감독원이 '배수로 공사'에 착수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 사태 이후 은행권의 주먹구구식 내부통제 관행을 뜯어고치겠다며 3개월간 TF를 운영해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순환근무를 강화해 장기근속자의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우리은행에서 약 700억원을 빼돌린 전모씨는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10여년간 근무했다.
그러나 배수로 설치에 앞서 썩은 물이 남아 있는지부터 제대로 확인해야 했다. 경남은행에서 한 부서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이모씨가 돈을 빼돌렸다. 이씨는 2007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15년 넘게 부동산 PF를 담당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라는 것이 이씨가 15년 넘게 근무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전문가였던 이씨는 부동산 PF 관련 서류를 위조해 대출받고 가족 계좌로 이체한 뒤 사라졌다.
고인 물에 곰팡이 피는 법이다. 우리은행 사태가 드러난 지 1년여 만에 경남은행에서 562억원이 사라졌다. 경남은행이 올해 2·4분기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294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말 경남은행을 검사했으나 경영유의사항 16건과 개선사항 30건을 통보했을 뿐이다. 횡령이 발생한 부동산PF와 내부통제에 대해서도 미비점을 지적할 뿐 적발하지 못했다.
한 번 핀 곰팡이 흔적을 깨끗하게 지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횡령도 그렇다. 최근 7년간 금융권 전체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는 약 1800억원,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약 12% 수준인 224억원에 불과하다. 은행권으로 좁히면 7.6%에 그친다. 우리은행도 현재까지 횡령액의 0.7%인 4억9800만원을 환수했을 뿐이다.
오염수 정수(淨水)에는 20배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은 장기근무자 비율을 5% 이하로 제한했다. 시행 시점은 2025년부터다. 2년 동안 은행권은 고인 물을 얼마나 걸러낼 수 있을까. 그간의 내부통제보다 20배 강화된 은행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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